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하루 앞둔 9일 새 정부 15개 부처 차관급 20명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판정을 하는 등 여야 대치가 길어질 것으로 보이자 ‘차관 대행 체제’를 우선 갖춘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국정 운영에) 어떤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취임(10일) 즉시 발령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관료 중심 인선…내각 전문성 보강
인선안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 등 현안이 산적한 외교부 1차관에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2차관에는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내정됐다. 이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따른 비핵화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대선 경선 때부터 윤 당선인을 도왔다. 조 대표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국방부 차관에는 비군인 출신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외교안보센터장이, 통일부 차관에는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이 내정됐다.
기획재정부 1차관에는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 2차관에는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이 내정됐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전문성을 감안한 인선”이라고 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교육부에는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차관에 내정됐다. 행정안전부 차관에는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이 지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엔 장영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조규홍 전 기재부 재정관리관과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각각 1, 2차관으로 기용됐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해양수산부 차관에는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낙점을 받았다. 환경부 차관에는 유제철 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 고용노동부 차관에는 권기섭 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는 전병극 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가 발탁됐다.
이날 발표된 차관급 20명의 평균 연령은 56.2세다.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문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에 차관 인선이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 尹, ‘차관 내각’으로 국정 운영 돌파
이날 차관 인선은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불투명한 데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지연될 것에 대비해 ‘추경호 부총리 대행-차관 내각’을 중심으로 한 비상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7명을 포함해 최대 13명의 장관 후보자를 조만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여야 간 극심한 대치 속에 새 정부 첫 내각의 온전한 구성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4일 뒤인 2008년 2월 29일 장관과 총리 후보자 등 12명을 임명한 뒤 2008년 3월 13일 내각 구성을 마쳤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이틀 뒤인 2003년 2월 27일 고건 총리를 임명하고, 장관 후보자 19명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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