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168석 巨野와 대치… 대화-협치로 국정운영 길 터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0일 03시 00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문가들 “소통 없이 성공 없다”
尹 취임날에도 국회는 대립중
與, 제1야당보다 59석 적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펼쳐질 여야의 극한 대립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약 2시간 동안 인사말 외에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자료 제출 미흡, 특정 의원의 청문회 제척 주장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오후 청문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민주당의 ‘위장 탈당’ 등을 두고 거세게 충돌했다.

문제는 이런 국회의 극한 대립이 2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168석이라는 역대 가장 거대한 야당을 상대해야 하지만 인사청문 국면에서 “국무총리 없이 가겠다”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신분이 바뀐 민주당 역시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수 등 폭주를 이어갈 태세다.
○ 與 “총리 인준 본회의 열자” vs 野 “정호영 고발”
이날 꽉 막힌 인사 정국을 대하는 여야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5년 만에 여당 자리를 되찾은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일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요구는 외면한 채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총리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만 앞세운 것.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오등봉 개발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고발 조치에 나섰다. “명백한 불법 혐의를 받는 후보자에게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작 총리 인준 지연으로 새 정부가 ‘반쪽 출범’하는 상황은 여전히 외면했다.

우여곡절 끝에 험난한 인사 정국이 끝난다 해도 갈등의 뇌관은 또 있다. 이미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은 시작됐다.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가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합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파기하자 민주당도 합의 파기로 맞불을 놓은 것. 게다가 법안의 본회의 의결을 위한 최종 관문인 법사위를 놓고 여도 야도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 ‘0.73%포인트의 늪’, 설자리 잃은 與野 온건파

이런 대치의 근원에는 역대 가장 치열했던 3·9대선의 결과가 자리 잡고 있다. 당장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민주당에서는 성찰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0.73%짜리가 모든 권력을 전횡하고 독단하는 것”(송영길 전 대표)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을 찍지 않은 51.44%의 표심을 신경 쓰기보다는 “이겼으니 우리 뜻대로 하겠다”는 태세다. 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하고, 각 당의 의총 추인까지 거친 검수완박 법안을 단숨에 뒤집어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의석수 차이가 큰 여소야대 지형도 새 정부와 제1야당의 ‘강 대 강’ 대치를 부채질하고 있다. 109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 민주당(168석)보다 59석이 적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새 정부 출범 당시 여당과 거대야당의 의석수 차이가 가장 컸던 노무현 정부 때 49석보다 그 격차가 크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치 국면이 계속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각자의 지지층을 총결집시키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여야 모두 하고 있다”며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한 온건 행보는 설 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폭주에 우려를 표했던 민주당 내 온건파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다. “정 후보자 등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후보자의 거취는 정리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일각의 목소리 역시 완전히 묻혔다. 이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내부 강경파들은 소수의 목소리 큰 사람들만 대변하는데, 그 강경파에 이끌려 가다 보면 갈등만 반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대통령이 소통에 진정성 가져야”

만약 국회가 다음 총선까지 남은 2년 동안 지금과 같은 극한 대치를 이어간다면 피해는 국가와 국민의 몫이 된다. 윤석열 정부는 가장 의욕적으로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할 초반 2년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고, 민주당 역시 수권 정당의 모습보다는 ‘발목 잡기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도 있다. 결국 다시 대화와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하는 이유다.

야권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한 발짝 물러나 손을 먼저 내미는 쪽이 결국은 승자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쪽이 민심의 외면을 받게 되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했다. 극한 대립의 출구를 찾기 위한 방안을 대통령실과 여야 모두가 모색해야 한다는 것.

보수 진영의 원로들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소통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소통으로 인한 성과를 염두에 두지 말고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울여야 한다”며 “여기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골고루 경청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尹정부#국정운영#여야#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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