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취임식을 맞아 첫 공식 행보에 나서면서 보인 패션이 화제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때는 몇 년전부터 중요 행사때면 즐겨 착용했던 블랙 재킷을 재활용했고 취임식 ‘올화이트’ 패션 역시 명품 브랜드 대신 맞춤복을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김 여사는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첫 출근길에 동행한 그는 ‘올블랙’ 차림이었다.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앞둔 만큼 검은색 치마 정장 한 벌에 검정 구두를 착용했다.
이날 착용한 검정색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김 여사가 이전에도 즐겨 입던 옷을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킷 디자인과 디테일이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방문했던 날과 2019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입은 것과 동일하다. 온라인 일각에서는 이 제품이 디올을 대표하는 ‘바(bar) 재킷’과 유사하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제품은 64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 봉제선 등 디자인에 차이가 있다. 디올 관계자는 “자사 제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국회 취임식에서는 ‘올화이트’ 패션으로 분위기를 반전했다.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A라인 순백색 트렌치코트형 원피스에 백색 구두를 신었다. 김 여사는 A라인 실루엣 의상을 즐겨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날 현충원 참배와 취임식에서 모두 A라인 실루엣으로 여성스럽고 단아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원피스는 허리에 큰 리본을 묶어 시선을 모았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날 입은 화이트 정장 역시 해외 명품 브랜드가 아닌 국내 맞춤복이라는 추측이 압도적이다. 한 국내 디자이너는 “정장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라펠(lapel·깃)이든 원단이든 명품 브랜드 수준이 아니다”라며 “특히 원피스의 경우 재단방식이나 다트 위치를 보면 국내 의상실에서 맞춤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측 관계자는 “검은색과 흰색 두 옷 모두 영세업체가 맞춤 제작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첫 공식석상에서 단정하면서도 검소한 의상을 고수한 것은 최근 불거진 영부인 호화 옷값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샤넬 등 명품 의류를 입으면서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는 논란을 겪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부인의 호화 패션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만큼 ‘거리두기’를 위해선 명품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소하면서도 고상한 이미지를 구축해 조용히 내조하는 콘셉트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는 검소한 패션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지난달 경찰견과 함께 찍은 일상 사진에서 선보인 슬리퍼는 미끄럼 방지 주방안전화로 3만 원대에,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선보인 치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5만 원대에 판매된다. 신발은 한때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옷을 걸쳐도 ‘김건희가 입으면 다르다’는 패셔니스타 아이콘을 정착시키려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 여사의 취임식 패션을 두고 ‘단정하고 우아하다’는 반응과 ‘너풀거리는 소복 같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한 네티즌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식적인 위치에 오른 만큼 차라리 조금 더 고급스럽고 격식 있는 브랜드를 착용해도 좋았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화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영부인, 여성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패션 코드이기도 하다. 검정, 회색, 네이비 등 어두운 색 남성 정장이 지배적인 가운데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문 전 대통령 퇴임식에서 김정숙 여사 역시 흰색 치마 정장을 입었고,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식 기념 무도회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흰색 드레스에 붉은색 리본 벨트를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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