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는 유명인사들 대신 다문화 어린이와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들이 단상에 오르는 ‘국민과 함께 하는 무대’가 꾸며졌다. 취임식에는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 재계 5대 그룹 총수, 6개 경제단체장 등을 포함한 4만1000여명이 참석해 새 정부 출범을 축하했다.
● 尹 대통령 내외, 걸어서 취임식장 이동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10시 53분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차에서 내린 뒤 약 180미터를 걸어서 이동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국회 본청 앞 잔디광장을 가득 채운 국민들과 주먹 악수를 나눴다.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 씨, 천안함 생존 병사인 전환수 씨 등 국민대표 20인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이날 취임식은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편견과 차별을 넘어 꿈을 향해 모두가 동행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뒤쪽으로는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참석했고,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윤 대통령 좌석 뒤에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민주당 소속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단상에 앉았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더글러스 엠호프 해리스 미국 부통령 부군 등 세계 각국 경축 사절도 참석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탈북 국군포로 3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단상에서 계단을 내려와 10미터 가량 돌출된 무대의 단상에 서 취임 선서를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군악대 의장대의 행진에 이어 국가원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약 17분간의 취임사가 끝나고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 선포와 실시간 청와대 영상 중계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합창단의 합동 공연이 끝나고 국회를 떠나는 문 전 대통령을 환송했고, 김건희 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환송을 맡았다.
● 이재용·최태원·구광모·신동빈 ‘자주색 넥타이’
대통령실은 “좋은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들고 정부는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계 인사들도 다수 초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은 주요 인사석의 두 번째 줄에 재계 순위와는 무관하게 착석했다. 총수들의 왼편으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혁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자리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최 회장, 구 대표, 신 회장, 조 회장 등은 모두 나란히 자주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취임식 상공에 떠오른 무지개를 촬영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출범 이후 9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초대됐다.
이날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인근은 인파로 북적였다. 초청권이 없는 시민들은 먼발치에서라도 취임식을 보기 위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여의도 직장인들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취임식을 구경했다. 대전에서 상경했다는 박모 씨(70)는 “초청권에 당첨이 안 돼 아쉽지만, 새로 시작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보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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