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뒷산을 오르며 일행과 얘기하던 아주머니 말이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 이행된 결과입니다.
개방 전 청와대출입기자단이 아닐 경우 기자로서 청와대 정문조차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망원 렌즈를 들려고 하면 경호원이 와서 제지하곤 했죠. 그런데 그 문 앞 로고를 배경으로 시민들이 셀카를 촬영하고 비행금지구역이 해제돼 드론이 상공에서 날아다니고 있다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청와대 개방 행사는 11시 축하 공연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정문이 개방됐습니다.
74년 만의 개방이라는 의미로 국민대표 74인과 사전 신청에 당첨된 시민들이 줄지어 입장했습니다. 기자도 처음 들어가 본 청와대 내부는 정말 넓었습니다. 이날 스마트폰으로 걸음 수를 확인해보니 1만8000보를 걸었네요. 가운데 위치한 청와대 본관과 관저는 가까웠지만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외빈 공식 행사에 사용된 영빈관까지 횡단하는 길은 멀었습니다. 경내를 다 둘러보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마다 넓게 배치된 싱그러운 잔디밭이 마음을 탁 트이게 했습니다. 시민들은 공원에 온 것처럼 나무를 그늘 삼고 잔디에 편히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관저 뒤 가파른 나무 데크를 올라가면 청와대 불상인 ‘석조여래좌상’과 오운정 등 공개되지 않았던 문화재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정리가 되지 않은 건물 내부는 입장이 불가능했습니다. 시민들은 유리창 너머로 안쪽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방향을 안내해 주는 입간판도 곳곳 위치해 있었으나 정보가 부족해 길을 헤매는 어르신들도 보였습니다.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 행사가 예정된 22일까지 청와대 인근 안국역과 광화문역을 지나가는 3호선과 5호선에 전동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버스를 운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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