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완전히 해방됐다”…낙향 후엔 “이제야 안도감 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0일 18시 17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서울역 광장에서 배웅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서울역 광장에서 배웅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저는 이제 완전히 해방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서울을 떠나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로 내려갔다. 5년 간 임기를 마치고 발길을 옮기는 문 전 대통령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뒤로 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된 문 전 대통령이 이날 전한 키워드는 2개였다. ‘해방’과 ‘안도’. 힘든 소명을 마쳐 해방됐고, 무사히 임기를 마쳐 안도한다는 것.

대통령 집무에선 해방됐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한동안 바쁜 생활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르면 2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고,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 “자유인이 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내외의 배웅을 받고 여의도를 떠났다.

낮 12시 경 부인 김정숙 여사와 서울역 KTX 특별열차를 타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이 서울역 광장에 도착하자 파란색 모자와 마스크 등을 쓰고 모여 있던 지지자 1000여 명이 일제히 환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향해 “저는 해방됐다”며 “뉴스 안 보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라고 했다. 이어 “자유인이 됐다”며 국정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 홀가분함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오늘 원래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 섭섭해 하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반려동물들을 돌보고, 농사를 짓고, 가까운 성당도 다니고, 길 건너 이웃인 통도사에 자주 가 성파 종정스님께서 주시는 차도 얻어 마시고,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한잔 하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듣겠다”며 “몸은 얽매일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정신만은 훨훨 자유롭게 날겠다”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후 복받친 듯 12초가량 말을 잇지 못하던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 어깨를 감싸더니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오후 2시 50분 경 문 전 대통령 내외가 탄 승용차가 평산마을회관에 도착하자 2400여명의 환영 인파가 일제히 파란색 풍선을 흔들었다. ‘함께한 1826일, 잊지 못할 43824시간을’ 등이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 등을 들고 환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문 전 대통령은 인파를 둘러보며 “여러분 사랑한다. 평산마을 주민께 전입신고 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에 도착해서도 “집에 돌아와 보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며 “저는 이제 완전히 해방됐다. 자유인이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사저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등 주변 주민 60여 명을 초청해 간단한 다과회를 열었다. 귀향을 기념해 사저와 경호 대기동 사이 정원에 현문 통도사 주지 스님, 마을 이장들과 함께 계수나무도 한그루 심었다.

● 바이든 면담, 盧 전 대통령 추도식 등 참석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고 밝혔지만 당분간은 바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우선 이르면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 및 동북아 평화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이틀 뒤인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예정된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는 건 2017년에 이어 5년 만이다.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이 추후 대북 특사 등으로 나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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