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수립 이후 처음 청와대가 전면 개방돼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남편 서재석 씨(80)의 손을 꼭 잡고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던 노미옥 씨(77·경기 부천시)는 “TV에서나 보던 청와대에 직접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던 서 씨는 “죽기 전 아내와 함께 청와대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쁘다”며 웃었다.
권위주의 시절은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권력의 정점을 상징하며 74년 동안 일반인들에게 굳게 닫혀 있던 청와대 정문은 이날 오전 11시 37분 국민을 향해 활짝 열렸다.
정문이 열리는 순간 사전 신청에서 당첨돼 1회차 입장을 기다리던 시민 6500여 명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닫혀 있던 세월을 상징하는 국민대표 74명은 손에 매화를 들었다. 개방행사 관계자는 “매화는 윤 대통령이 봄이 가기 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한 약속의 실천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전날까지 대통령이 거주했던 관저도 정문인 ‘인수문(仁壽門)’을 개방했다. 시민들은 산책로를 따라 관저 내 ‘대통령의 정원’을 거닐었다. 전면 개방 전에도 청와대 관람 코스가 있었지만 관저 주변은 특히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구중궁궐의 핵심’이었다. 이날 청와대 관람에 당첨된 인원은 2만6000명이다.
이날 오전 7시엔 청와대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전면 개방됐다. 서쪽 칠궁과 동쪽 춘추관 양쪽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이 등산로는 1968년 1월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에 일반인 출입이 허용됐다. 등산로는 청와대와 달리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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