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 직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안건’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결재해 국회에 제출했다. 한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재차 총리 인준을 압박하고 나선 것. 하지만 민주당은 “초대 총리라고 무조건 통과시켜 줄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새 정부 출범 첫날부터 여야간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거대 야당’과의 갈등 속 ‘반쪽 출범’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으면서 협치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다.
● 尹, ‘임명 강행’ 조짐에 전운 고조
윤 대통령은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7개 부처 장관을 임명했다. 총리 인준안 처리가 난항을 겪자 김부겸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1기 내각 구성에 일단 시동을 건 것.
윤 대통령은 12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첫 국무회의에 앞서 남은 장관 후보자들을 일부 추가로 임명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가 이날 오전 10시 이임식을 갖고 자리에서 물러나는데, 국무회의 전까지 4시간 안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국무총리 대행으로서 청문회를 마친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 제청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국무회의가 당초 계획했던 13일에서 12일로 당겨져 시간이 촉박하지만, 적어도 국무위원의 절반 이상은 새 정부가 임명한 장관이어야한다는 기조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날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일찌감치 ‘낙마 1순위’에 올렸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총리 인준안 표결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정부 측 시정연설이 예정된 16일 본회의 전까지 인준 표결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당 내부에선 ‘표결 부결’까지 고려 중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인청특위에서 부적격 의견을 낸 데다 당내 에선 한 총리 후보자가 절대 임명돼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했다.
● 민주당 첫날부터 “독주와 독선”
민주당은 윤 정부 출범 첫날부터 거듭 ‘국민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국민의 비판적 목소리도 경청해 상생의 국정을 펼치는 윤석열 정부 5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6·1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거대 과반수 야당으로서 입법권 행사와 국정감시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며 “국회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입법권과 국정감시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둘러싼 반발도 이어졌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은 형용사로 남았고, ‘상식’은 취임사에서 사라졌다는 점도 안타깝다”며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 위기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한 반지성주의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취임사를 듣고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며 “대통령이 거론한 반지성주의는 파시즘, 매카시즘 등을 해석, 비판하는 용어”라고 맹공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리 인준 뿐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처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후반기 원 구성 협상 등 여야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6·1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회가 갈등 속 공회전만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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