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11일 오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동했지만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 등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채 40분 만에 빈손으로 헤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여야 간 본회의 개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급한 국정 현안을 감안해 12일 국무회의 개최 전까지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발목잡기’ 프레임을 깨기 위해 본회의 개최는 합의하되 인준 표결에서 부결시키는 카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기약 없는 한덕수 인준 표결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말씀들을 많이 나눴는데 여전히 양당에 입장 차가 있다”며 “특별히 합의를 이룬 바가 없어 발표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 정부가 출범했고 대통령 취임식을 했으면 총리 인준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 중 하나”라며 “서로 간 입장은 상당 부분 차이가 있지만 타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진 원내수석은 “정국을 원만히 이끌어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총리 인준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치적 현안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책무를 양당이 갖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비록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조만간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 필요성에는 여야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 개최가 16일 예정돼있어 이날 한 후보자 인준 표결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 원내수석은 “16일 시정연설을 하는 것으로 국회의장실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본회의 개최는)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해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실시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모든 것을 다 프리패스해 달라고 하지 말고, 본인들이 추천한 총리 후보자, 장관 후보자 인사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전 총리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에 제출되고 나서 21일이 걸렸다”며 “당장 며칠 안에 처리 안하면 민주당이 큰 발목 잡는 것처럼 이렇게 정략적으로 몰아가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추가 재송부 요청은 하지 않고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봤다.
● 민주당, ‘韓 부결’ 검토…‘임명 강행’ 예의주시
민주당은 한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시킬지는 본회의 개최 직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인준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지만 한 후보자 인준 가부(可否) 여부를 당론으로 정해 의원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부적격인 만큼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6·1지방선거를 고려해 협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며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 때까지 고심하고 전반적인 현안과 여론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일부 장관을 임명 강행할 경우 민주당 내에서 ‘부결 여론’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만약 임명 강행 수순으로 가게 되면 윤 대통령 측에서 협치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라며 “부결시키자는 당내 의견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을 언급한 것도 표결 부결 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총리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인청특위 위원들은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며 “윤 대통령이 완전히 반지성주의적인 집단으로 몰아갔는데, 야당을 일체 무시하고 가버리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고 부결 표결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헛발질’로 인해 여론이 악화된 점은 민주당에게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낙마 1순위로 올린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 한 방을 날려 반대 명분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오히려 한동훈 후보자 청문회에서 자초한 실수 때문에 다른 장관 임명 강행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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