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취임 이후 첫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제일 문제는 물가”라며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제시했다. 민생경제를 회복하려면 치솟는 물가를 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를 “제가 여기(용산)로 이사 온 이유”라고도 했다.
● 尹 “경제는 정권교체 된다고 쉬어주지 않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처음으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참모들과 업무를 논의하는 실질적인 첫 자리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전 정부부처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상황이 정권이 교체된다고 잠시 쉬어주는 것도 아니고 국민은 늘 허리가 휘는 민생고에 허덕이고 있다”며 “각종 경제 지표들을 면밀히 챙겨서 물가 상승의 원인과 이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밀 가격이 폭등해 우리 식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산업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 첫 일성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비상한 대응을 강조한 것은 한국 경제가 국내외적 악재에 첩첩이 둘러싸여 있는 데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부응해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새 정부의 경제팀은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조차 없다”며 “기재부에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여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시장을 위협하지 않도록 경제부총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 라인이 각별히 주의해서 용어 선택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위기에는 대응해야 하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면밀한 대응도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안보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며 “외국에서도 걱정 많이 하고, 핵실험 재개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보뿐만 아니라 또 국정의 다른 부분들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세밀하게 다 모니터를 하고 준비를 해 주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 “구두밑창 닳게 일해야…내 방에도 와라”
윤 대통령은 수석들에게 활발한 소통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회의를 하며 현안을 몇 개 들고 오겠다”며 “(수석들도)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시의적절한 현안이 있다고 하면 주제도 던지며 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무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안보수석이라고 해서 업무가 법적으로 갈리는 게 아니다”며 “같은 관점에서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고, 서로 (소통)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곳곳을 돌아본 얘기를 꺼내며 “(오늘 출근해) 이 방 저 방 다녀보니 한 층에 쭉 사무실이 연결돼 있더라”며 “비서관, 행정관, 수석비서관들이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의 업무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그야말로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우리 방에도 격의 없이 수시로 와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에도 실무진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윤 대통령은 “수석뿐만 아니라 비서관들도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1층 기자실에 내려가서 계속 설명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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