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12일 강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20일)과 한미정상회담(21일)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다. 함북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한국의 새 정부를 길들이는 동시에 한미 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초대형방사포(KN-25) 3발 연속 발사한 듯
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29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미사일은 최대 속도 마하 5(음속의 5배), 정점고도 약 90km로 360여Km를 날아갔다고 한다. 북한이 올 들어 한 번에 3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처음이다. 군은 북한이 사실상의 탄도미사일인 초대형방사포(KN-25)를 연속 발사한 것으로 보고 세부 비행제원을 분석 중이다. 초대형방사포는 이동식발사차량에 장착된 4~6개의 발사관에서 연속 사격을 할수 있다. 전술핵을 장착할 경우 복수의 표적에 대한 동시 핵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 도발은 윤석열 정부 출범(10일) 이후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이자 7일 함경남도 신포 해상의 잠수함에서 ‘미니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쏜 지 닷새만이다. 올 들어선 15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군 관계자는 “한국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기습타격 위협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선 한국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기습타격 능력을 테스트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도발 타이밍’부터 허를 찔렀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감행한 미사일 도발은 대개 이른 오전 시간대에 이뤄졌다. 간혹 낮·오후 시간대를 택한 경우도 있었지만 오후 6시를 넘긴 저녁시간대에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발 형태도 수 분내 3발을 연거푸 쏴서 유사시 복수의 대남 주요표적을 초토화할 것임을 과시했다.
정부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실 차원의 점검회의를 열고 북한의 도발 상황과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며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김태효 1차장, 신인호 2차장 등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걸로 전해졌다.
군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 초기에 사용해온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 대신 이날은 ‘미상 탄도미사일’로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단호한 입장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과 새 정부 기조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향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위협’이라는 용어가 아닌 ‘도발’로 발표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 곧 7차 핵실험 나설 듯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도발에 나서면서 향후 추가 ‘중대 도발’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7차 핵실험을 통해 ‘레드 라인(금지선)’을 훌쩍 넘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음에도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앞서 핵실험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예정된 스케줄대로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확진자 발생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전환시킬 목적으로 오히려 핵실험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 모든 자원을 방역에 집중해야 할 상황으로 이어지면 도발에 나설 여력조차 없어 당분간 핵실험까진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국내외 초강경 봉쇄령을 내린 만큼 핵실험 등 관련 물자 이동이 제한돼 도발 일정에 영향을 끼칠 거란 전망도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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