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3선 중진의 박완주 의원을 성비위 의혹으로 전격 제명한 것은 6·1 지방선거를 20일 남긴 시점에서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과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제명은 당 차원의 최고 징계 조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박 의원 제명을 의결한 이후 하루 종일 사과를 이어갔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당의 윤리감찰단과 지도부가 충분한 조사 끝에 신중히 내린 결정”이라며 “우리 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 당내 반복되는 성 비위 사건이 진심으로 고통스럽다”고 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충남 천안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이 지역 출신 박 의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당에서 제명되는 일이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은 이날 저녁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피해자의 법적 조치에 대해 끝까지 당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당시 ‘피해호소인’ 등이란 표현을 써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이는 등 공분을 샀던 학습효과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날 제명이라는 초강수로 선제대응에 나섰지만, 사건 발생이 지난해 연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뒷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이 올해 3월까지 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당 지도부 소속이었던만큼, 당 지도부의 최초 인지 시점이 언제였는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3·9 대선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이 사안과 관련해 논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피해자가 대선이 끝난 이후 당 젠더폭력신고센터로 직접 신고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은 2021년 연말 발생했고 4월 말 경 당으로 신고가 들어왔다”며 “비대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의 심각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의원직 박탈 등 제명 이상의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성범죄 사건 피해자들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 불과 1년 전”이라며 “민주당에서 신속하게 해야 할 일은 당과 범죄가 무관한 것처럼 제명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과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도 “민주당에 국회의원직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 제명처분은 당원자격에 관한 것일 뿐 국회의원직에 대한 처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암초를 만난 가운데 성비위를 둘러싼 파문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최강욱 의원이 당내 온라인 회의에서 동료 의원을 향해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과 관련해 당 윤리심판원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원이 의원도 전 지역 보좌관의 동료 직원성폭행과 관련해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저의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원의 2차 가해 사건은 이미 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신고 접수돼 윤리감찰단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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