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 하루 만에 경내 시설이 훼손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내부 시설 관리도 강화돼야 하지만, 개방 이후 관리 책임은 오히려 분산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1일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A씨를 수사 중이다. A씨는 청와대 관저 뒤편에 위치한 보물인 경주 방형 석조여래좌상(미남불) 앞 불전함과 사기그릇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불상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지만, 더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A씨는 청와대 관람 신청을 통해 들어왔으며, “왜 돌멩이에 절을 하느냐”며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당시 근처에서 경비 업무를 보던 경찰관이 A씨를 발견해 현행범 체포했다.
개방 하루 만에, 더욱이 문화재 관련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서 청와대 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람객이 급증했는데 정작 관리 주체는 쪼개졌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 관람 수요는 연일 늘어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람은 사전 신청을 통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에 총 3만9000명이 입장하는데, 지난 12일 기준으로 신청자는 230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정권 교체 후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지고, 청와대 개방행사가 시작돼 관람객 등에 대한 관리 책임은 다소 분산된 모습이다. 그간 청와대 건물과 문화유산 등 내부 시설은 일반에 공개가 제한된 만큼 대통령실에서 관리해왔다. 석조여래좌상은 국가문화유산이지만, 청와대 경내에 위치해 대통령 총무비서관실에서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는 개방행사가 진행되면서 경찰과 문화재청 등 여러 기관이 함께 관리하는 모양새다.
경찰의 경우 청와대 내부를 경비하던 서울경찰청 소속 101경비단이 일부 남아있고, 청와대 사랑채 앞 광장에는 임시 파출소가 마련됐다. 또 청와대 일대를 관할하는 삼청·통의·사직파출소 등이 있다.
다만 경찰 업무는 경호·경비, 사건·사고 처리 등 ‘치안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시설물 관리까지 관여하지는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물을 훼손하려는 자가 있으면 경찰로서 제지하는 게 맞지만, 기본적으로 시설물을 관리하는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이번 청와대 개방 행사는 문화재청이 주관하고 있지만, 청와대 시설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은 없다고 한다. 문제가 된 석조여래좌상 등 내부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주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와대 내 보물은 문화재청 소관이 아니다”면서도 “향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사건 이후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시설물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대통령실 체계 등이 정리되면 기존 업무를 인계받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개방 관련 업무도 기존 대통령실에서 일정 부분 관여를 하고, 총무비서관실에서 담당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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