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수감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 메모가 공개됐다.
17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1981년 11월 2일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통령과의 면회 내용을 정리한 이희호 여사의 메모를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메모에서 “비로소 하는 말이지만 그동안 자포자기해 발광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고 고통스러웠던 당시 심경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조남기 목사님께 하느님이 왜 나를 살리셨나 원망도 했었다”며 “내 일생 이토록 치욕스럽고 괴로웠던 적이 없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다가도 숨이 턱 막히며 치밀어 올라 못 견딜 지경이면 일어나 기도함으로써 극복하고 했었다”며 “이제 그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비로소 얘기한다”고 말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에게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미국 정부의 압력 등으로 무기징역, 징역 20년 등으로 감형됐고 1982년 12월 석방된 직후 그는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이 여사가 수감 중인 김 전 대통령을 면회할 때 작성한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용을 보면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매우 직설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기존에는 이번에 공개한 사료에서처럼 자신의 고통을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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