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당내 성추행을 당 지도부가 은폐하려고 했다는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사진)의 폭로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강 전 대표는 “당의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라며 반발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 전 대표가 밝힌) 해당 사건은 당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A 위원장이 (강 전 대표) 옆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강 전 대표를 밀치면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했다. A 위원장의 행동을 성추행이 아닌 ‘밀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는 것. 이 수석대변인은 “강 전 대표는 ‘이 사안을 성폭력으로 볼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할 분이기 때문에 청년 당원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와 사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에게 전달해 왔다”며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공식적인 절차와 조치를 철저히 이행한 바, 당 지도부가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의당이 공개한 사과문에서 A 위원장은 “술을 마시고 긴장감이 풀려 행동과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당 대표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실수에 대해선 즉시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A 위원장이 6·1지방선거 공천을 받은 것과 관련해 “(배복주)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이 (해당 사건이)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종합적 검토를 통해 공천했다”고 했다.
강 전 대표는 당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강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정당도 아닌 정의당이 성폭력을 ‘불필요한 신체 접촉’으로 표현하는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내용을 당 공식 입장으로 발표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강 전 대표는 이어 “당시 열렸던 비공개 회의에서 분명히 ‘젠더 폭력을 당했다’는 표현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이 이를 성폭력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전 대표는 앞서 이 수석대변인의 기자회견 직후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당시에 정말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가해자로부터 사과문을 받아 전달해주는 역할을 왜 젠더인권특위가 맡은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강 전 대표는 또 페이스북 글에서 “(처음 해당 문제 제기를 한 비공개 선대위 회의는)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여영국 대표의) 경고로 마무리됐다”며 “‘발설하지 말라’는 말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안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흘러가자 배 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강 전 대표는 ‘(A 위원장의 행위를) 성추행으로 여기지는 않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었기에 강 전 대표의 판단을 신뢰했었다”면서도 “결론적으로 강 전 대표가 성추행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거 입장과 관계없이 현재 강 전 대표가 당시 상황을 성추행으로 판단한다면 당 역시 이를 성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정의당에선 지난해 1월에도 김종철 전 대표가 장혜영 의원 성추행으로 제명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