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 행보는 이렇게 요약된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미 측은 안보와 경제를 이번 한국과 일본 방문의 핵심 키워드로 세워뒀다”며 “그 안에서 세부 일정 및 의제를 정하는 식으로 우리 정부와 협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이슈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로 올려져 있다. 특히 북한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이고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 고강도 군사 대책을 포함한 ‘액션플랜’까지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 출국일인 22일 경기 평택시 오산의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Korean Air And Space Operations Center)도 함께 찾아 ‘안보 동맹’ 행보에 방점을 찍는다.
○ 北 ICBM 위협 속 고강도 안보 대책 논의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핵전력과 재래식 첨단무기를 포함한 대북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복수의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점증하는 역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확장억제 관련 한미 관계를 향상시킨다”는 명제 아래 다양한 세부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9일(현지 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기내 브리핑에서 “(한일) 순방에서 우리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동맹과 함께한다는 것,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고 억지력을 제공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자는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모강습단, 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을 더 자주, 더 많이 한반도로 전개하는 구체적 방안을 정상회담에서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양한 미 전략무기를 한반도와 그 주변에 돌아가면서 붙박이 배치하는 ‘상시 순환 배치’를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이 사안은 2016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됐지만 당시 미 측이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한국이 전개 비용을 일부 분담하는 조건으로 이번에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의제다. 한미는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지휘소연습(CPX)만 진행했다. 연대급 이상 대규모 실기동훈련(FTX)을 중단한 것. 하지만 최근 북한 위협이 고조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도 나아지면서 한미는 이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하자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핵·ICBM 도발에 나설 경우 당장 올가을부터 대규모 연합 실기동훈련 재개를 할 수 있다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동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北 도발 시 일정 취소하고 오산 기지 찾을 수도
한미 정상이 22일 KAOC를 방문하는 일정도 눈에 띄는 안보 행보다. 한반도 항공우주작전을 지휘·통제·관리하는, 공군 작전의 ‘심장부’를 함께 찾는 것. 역대 미 대통령 중 KAOC를 공식 방문한 사례는 없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KAOC에서 작전 현황을 보고받고 장병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을 향해 섣부른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담겼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중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한미 정상이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오산 공군기지에 가는 방안을 ‘플랜B’로 검토 중인 것도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ICBM을 쏘면 양국 정상이 오산에서 함께 대응조치를 취하며 연합방위 태세를 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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