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19화입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던 건 당시 성남시장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기 때문인가?”(검찰)
“그런 소문이 있었다.”(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직원 주모 씨)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 개발사업파트장 주모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 씨는 “당시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공사 내) 다른 본부의 업무분장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실세였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입니다.
이 사건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주 씨는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공고 업무를 담당한 인물입니다. 당시 주 씨는 공사가 확정 이익만 배당받는 방안을 담은 공모지침서를 공사 전략사업실에서 전달받은 뒤 “사업이 기대보다 잘 될 경우 공사의 몫도 커지도록 해야 한다”며 전략사업실 소속 정민용 변호사에게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앞선 공판에서는 주 씨가 이 탓에 유 전 직무대리에게 “민간 사업자와 유착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크게 질책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주 씨와 가까운 동료 직원이었던 박모 씨는 올 1월 법정에 출석해 “당시 주 씨가 제게 ‘총 맞았다’는 표현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공모지침서 “확정이익 방안 문제있다” 실무자 의견 반영안돼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영학 회계사는 2015년 1~2월 정 변호사를 만나 공모지침서에 “공사가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민관합동 개발을 하지만 사업 수익이 예상을 뛰어넘어 초과 이익이 나도 공공은 정해진 확정 이익만 가져가라는 겁니다. 정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여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근거 조항이 빠진 공모지침서를 작성했습니다.
20일 주 씨는 공모지침서 공고 하루 전인 2015년 2월 12일 정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전달받은 뒤 이를 검토했고, 확정 이익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정 변호사를 찾아가 이의를 제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정 변호사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던 사업 타당성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확정 이익으로 임대아파트 부지를 받아오는 것이 공사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주 씨는 물러서지 않고 “사업 수익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검토 의견서를 작성해 정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공모지침서 공고는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얼마 뒤 ‘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 답변서’도 주 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공고됐습니다.
검찰의 시각은 유 전 직무대리 등이 민간의 몫을 키우기 위해 실무자들의 반대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했다는 겁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3년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에게 약 3억5000만 원을 받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사업자들과 유착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주 씨는 “이익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당시 자신의 행동이 ‘이의 제기’는 아니었다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주 씨는 “검사님들이 이의제기라는 용어를 쓰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의 질문에 “이의제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주 씨는 “(지침서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효율적인 지침서를 위해 제안했던 것”이라며 “공모지침서가 잘못됐으니 ‘이렇게 고치자’는 건 아니었고, 순수하게 감사원 감사를 대비해서 수정, 보완해야 할 내용 위주로 얘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 유동규에게 ‘총 맞은’ 그날, 무슨 일 있었나
주 씨는 공모지침서 내용에 반대 의견을 낸 탓에 유 전 직무대리에게 질책을 당한 날을 2015년 2월 13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주 씨는 “공모지침서를 짧은 시간에 받아서 검토할 시간이 됐냐는 부분을 유 전 직무대리가 의심했다”며 “유 전 직무대리가 ‘다른 업체와 결탁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주 씨가 다른 민간업체에서 보내준 의견서를 그대로 받아서 낸 것으로 의심했다는 겁니다.
당시 유 전 직무대리는 주 씨에게 검토 의견서를 다른 직원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다시 써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주 씨는 “오해받은 부분이니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직원들이 (법정에) 와서 총을 맞았니 어쨌다느니 하는데 저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 “직원들이 얘기했다면 그렇게 (제가 얘기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주 씨의 증언은 검찰이 확보한 유 전 직무대리의 출입국 현황에 비춰 시기가 불확실한 면이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5년 2월 12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19일 귀국했습니다. 주 씨가 지목한 13일에는 국내에 있지 않았던 겁니다. 검찰은 “검찰 조사 때는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제시하지 못했었다”며 “증인이 다시 기억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 씨는 “정확한 날짜나 시간은 기억하지 못하고 다만 상황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유 전 직무대리가 공모지침서가 완성되고 공고된 시기에 해외여행을 갔다는 건 대장동 사업에 관심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 “증거인멸 우려” 김만배·남욱 구속연장
이날 재판부는 22일 0시에 1심 최장 6개월의 구속 기한이 만료돼 석방이 예정됐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씨와 남 변호사는 앞으로 최장 6개월을 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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