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한미 정상, 北 핵위협에 ‘핵 대응’ 첫 명시
尹대통령-바이든 첫 정상회담
“美가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에 핵-미사일 방어 포함” 공동성명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확장 확인… 中왕이 “앞잡이 내세워 中포위 시도”
한미 정상이 21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수단(전력) 중 하나로 ‘핵’을 명시했다.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방식이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11일 만인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북한의 고조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액션플랜(실행계획)’에 합의했다. 특히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확장 억제 수단으로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이라고만 명시됐다.
두 정상은 또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연합연습·훈련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도 개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안보 동맹에 기반한 한미 동맹을 기술 동맹을 포함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한미 동맹을 한반도를 넘어선 글로벌 협력 체제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미는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상설 협력 채널인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는 등 경제안보 협력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자유,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경제 협력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전략에 한국이 공조하겠다는 신호로, 한중 관계 재정립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공동선언에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우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먼저 긴밀하게 유대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의 동맹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다”면서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당장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미국 패권의 앞잡이(馬前卒)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한국을 겨냥했다. 또 “중국을 포위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공동선언문 속 안보 이슈 韓 ‘핵 통한 억제’ 명시 의지 강해… 美, 한미 안보동맹 격상 차원서 합의 北 핵실험-ICBM 등 중대 도발땐 한미 軍고위급 첫 공동성명 내기로 2018년 중단 ‘확장억제협의체’ 재개, 美 전략무기 상시순환배치도 모색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수단(전력) 중 하나로 ‘핵’을 포함시키는 강수를 뒀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전술핵 완성을 위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에는 핵’이라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중대 도발’ 감행 시 양국 군 고위급 공동 명의로 강력한 규탄 성명을 처음으로 내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미 연합훈련 범위 및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당장 올가을부터 대규모 연합 실기동훈련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정상 간 처음으로 핵 등 확장억제 수단 명기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 본토가 공격을 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적을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방위 공약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2009년 4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매년 ‘핵우산, 재래식타격능력 및 미사일방어능력’ 등 확장억제를 공동성명에 담았지만, 정상 간 공동성명에서 유사시 미국이 제공할 확장억제 수단으로 ‘핵·재래식·미사일방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핵우산뿐만 아니라 전투기라든지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정상 간 약속에 핵을 통한 억제를 명시하는 것 자체가 분명 적지 않은 부담”이라면서도 “이를 넣으려는 우리 정부 의지가 워낙 강했고, 미국 역시 한미 안보 동맹을 이번에 격상시킬 필요성을 인지해 합의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대북 억제 메시지와 대국민 안심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은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재개하기로 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1일 “EDSCG를 재가동해 확장억제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한미가 실질적으로 협의해 나간다”고 했다. 양국 외교, 국방 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EDSCG는 2016년 12월 출범했지만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2018년 1월을 마지막으로 멈춰 섰다.
EDSCG가 재가동되면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모강습단, 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시기, 규모,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북핵 위협 수위가 고조되면 다양한 미 전략무기를 한반도와 그 주변에 돌아가면서 붙박이로 두는 ‘상시 순환 배치’ 논의까지 당장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연합훈련 확대…올가을 실기동훈련 재개 관측도
이번 공동성명에 “한미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향후 연합훈련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합훈련은 남북, 북-미 대화가 이뤄졌던 2018년 이전 수준으로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중단된 대규모(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핀 포인트’ 연합훈련도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도 21일 기자회견에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 연합훈련이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자는 “핵 공격에 대비한 연합훈련은 새로 마련될 연합 작전계획(작계)을 준용해 설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대화의 문을 열어 두기 위해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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