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접 관 메고 손으로 흙 얹어…ICBM 발사도 늦춘 현철해 장례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23일 14시 53분


북한이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 겸 조선인민군 원수 장례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 방문에 맞춰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준비를 마쳤지만 현철해가 사망하면서 도발 작업이 중지됐다. 이에 따라 현철해의 정체를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현철해 장례를 대대적으로 치렀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등 북한 수뇌부가 총동원됐다.

김 위원장은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직접 관을 메는가 하면 신미리 애국 열사릉에서 열린 영결식에서는 삽을 거절하고 직접 손으로 흙을 퍼서 유해에 얹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보인 행동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관을 메는 것은 못 본 것 같다. 한국전쟁 때 강건이 죽었을 때 김일성이 관을 메는 장면이 나온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 특히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가 관을 메는 것은 최고 예우”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현철해 장례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ICBM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전에 ICBM에 연료를 채우는 등 도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ICBM 발사를 지휘할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위 비서 등 군 수뇌부 역시 장례식에 차출돼 ICBM 발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처럼 현철해 사망이 ICBM 발사를 늦춘 셈이 되자 현철해의 위상과 정체를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철해는 2008년 김정일 대외 행사에 가장 많이 동행한 인물로 꼽힐 정도로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6·25 전쟁 때 김일성 호위병을 지냈으며 2001년에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수행할 만큼 대를 이어 신임 받았다.

현철해와 김정은 위원장 간 개인적인 인연이 최고 수준의 예우가 이뤄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현철해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였던 시절 군사 교육을 맡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현철해는 항일 빨치산 가문이고 군사 분야에서 3대에 걸쳐 충성한 인물”이라며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에 앞장섰고 김정은의 짧은 후계자 시절 군사 교육 스승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잘 모르는 두 사람 간 끈끈한 인연이 있을 것”이라며 “집권 초기 군부 장악 과정에서 현철해가 김정은을 위해 무언가 살신성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용현 교수는 “김 위원장 후계 수업은 2009~2010년에 압축적으로 이뤄진다. 현철해는 그때 군의 핵심이었다”며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넘어오는 연결 과정에서 현철해가 군 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철해는 김 위원장 생모인 고용희를 숭배 대상으로 만드는 작업에 관여했던 인물로 꼽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현철해 이력을 보면 1995년 10월부터 2003년 9월까지 인민군 총정치국의 2인자 직책인 조직부국장을 맡은 것으로 나온다”며 “그렇다면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군부대를 방문할 때 자주 동행했던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를 자주 만났고 2002년 북한군 내부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됐던 고용희 개인숭배 작업에도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현철해가 김정일과 고용희에게 보여준 충성심을 높이 사 김정은이 그의 사망에 특별한 애도를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연히도 내일은 고용희가 사망한 지 18년이 되는 날이니까 김정은으로서는 어머니 생각이 더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 작업에 동원되는 군 조직으로부터 충성심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인민군 원수인 현철해의 장례를 극진히 치러 군심을 더 철저히 장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군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군 원로에 대한 최대한 예우를 보여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의 충성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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