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2]
정당마다 구축된 유권자 DB 활용
일부선 브로커 통해 연락처 수집
“불법 개인정보땐 처벌 될수도”
“사는 곳은 서울 금천구인데 왜 경기, 강원, 대전에 출마한 후보자들까지 전화가 오는지….”
직장인 정모 씨(34)는 최근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하루에 20건 이상 받고 있다. 그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계속 연락이 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씨처럼 쏟아지는 지지 호소 전화와 문자로 고통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 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교육감 등 후보자가 많은 데다 후보자들이 유권자의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무차별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29일 각 정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요 정당은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당협위원회,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원 및 지역구 유권자 연락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보완하고 있다. 여기에 3·9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은 수백만 개의 연락처 DB를 구축했고, 일부 정보가 이번 지방선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후보자들은 지인, 선거 조직을 통해 연락처를 무차별 수집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연락처 DB를 판매하는 브로커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렇게 수집된 연락처가 여러 캠프로 전해지면서 자기 지역에 출마하지 않은 후보자에게도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게 되는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유권자 연락처를 수집하는 것까지 당에서 감독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일부 후보자들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연락처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현행 공직선거법상 전화, 문자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합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문자 발송 시스템을 이용한 대량 발송은 유권자 1명에게 최대 8회로 제한되지만, 개인 휴대전화를 활용해 20명 이하로 보내는 문자는 횟수 제한이 없다”고 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활용한 전화도 무제한 가능하다.
결국 현재로서는 유권자가 후보자 측에 수신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 외에 ‘전화·문자 폭탄’을 피할 별다른 수단이 없는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서 개인정보의 수집 방법 및 절차에 대해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번호 수집 과정에서 불법성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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