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방선거]
지방선거 결과따라 정국 회오리
6·1지방선거는 3·9대선 이후 84일 만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짙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0.73%포인트의 역대 대선 최소 표차로 집권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는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정국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尹 vs 李’ 대리전, 향후 국회에도 영향
31일 여야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의 승패 기준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선거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가 사실상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뜻)’과 ‘이심(李心·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뜻)’이 맞붙는 구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3·9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직접 뛰어들었고,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이재명의 경기도’를 지우겠다는 각오다.
자연히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국회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임박한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 협상이 선거 결과에 따라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사수 의지를 밝히면서 현재 원 구성 협상은 단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의 압승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 ‘정권견제론’이 아닌 ‘국정안정론’에 힘을 실어준다면 발목 잡기 프레임에 대한 야당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집권 여당 견제를 위해 법사위는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한층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 선거 결과 따라 與野 리더십 변동 불가피
각 당의 내부 상황도 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면 화살은 이준석 대표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성상납 의혹’에 휩싸인 이 대표가 결국 물러나고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큰 승리를 거둔다면 이 대표의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이번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커진 것도 이 대표가 기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내부 변동의 폭이 국민의힘에 비해 한층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의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리는 것은 예고된 상황.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분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선거 과정에 지도부가 많은 후보들에게 부담을 드렸던 점에 대해선 저희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을 두고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친명(친이재명) 진영이 대선 후보 경선에 이어 다시 한 번 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 이 위원장이 8월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선거 막판 고전으로 인해 예측불허의 상황이 됐다”며 “이 위원장의 생환 여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을 주도했던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행보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야당 의원은 “강경파들이 ‘검수완박 등 개혁에 매진해야 지방선거에서 이긴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양상은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그간 침묵하던 온건파들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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