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7시 30분 ‘광역단체장 국민의힘 10곳, 더불어민주당 4곳 우세’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 상황실엔 무거운 적막만 흘렀다. 가장 앞줄에 앉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자신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승리한다는 조사 결과에도 웃지 못하던 이 위원장은 결국 20여 분 만에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출구조사 결과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도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차를 타고 떠났다.
독이 된 ‘졌잘싸’ 프레임
민주당은 3·9대선에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서울·부산시장을 내줬던 지난해 4·7 재·보궐선거까지 감안하면 사실상의 3연패다.
민주당 안팎에선 3·9대선에서 역대 최소 표차인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석패한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도 없이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에 갇혔다”고 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독주 과정에서 의원 사보임,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본회의 및 국무회의 시간 조정 등 온갖 꼼수로 일관하면서 중도층의 표심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의 일원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지도부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영길 전 대표를 대신해 원내대표였던 윤 위원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패배 책임론’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당내 ‘보이콧’ 속 불안한 출발을 했다. 당시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성토한 바 있다.
민주당은 2030세대 표심을 확보하겠다며 1996년생인 박 비대위원장을 등판시켰지만 박 위원장이 선거 막바지 쇄신의 일환으로 꺼내든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이 당내 갈등을 일으키며 결과적으로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밖에도 비대위는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에서 ‘컷오프(공천 배제)’했다가 다시 경선에 포함하는 등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혼란을 노출했다.
선거 승패를 가를 충청 지역에선 3선 중진의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의 성비위 의혹이 대형 악재가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논란’과 김원이 의원의 보좌관 성폭행 2차 가해 논란에 이어 연이어 대형 성비위 논란이 터진 탓에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사태를 겪고도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주요 이슈마다 ‘엇박자’
민주당은 대선 직후 이어진 주요 이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엇박자를 이어가는 등 불협화음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검수완박 입법 강행 과정이었다. 당 내에선 “원내지도부가 지나치게 강경파 의원들의 의견만 듣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특히 “지방선거는 염두에도 없냐”는 불만이 들끓었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테러’ 등만 지나치게 의식했다”고 비판했다.
원내 1당이면서도 ‘정책 선거’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및 소상공인 지원 등 일반 유권자가 가장 민감해하는 입법에 소홀했다는 것. 특히 선거를 하루 앞두고 ‘전국 월세 거래량이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세를 앞질렀다’는 수치가 나오는 등 여전히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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