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내부 “민주당 죽고 이재명만 살았다”…‘책임론’ 李, 당권 도전 나설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일 0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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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된 민주당 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시청한 후 의원회관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01.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잘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오전 0시경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직후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 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세 차례에 걸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기쁨보다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3·9 대선 패배 이후 두달 여 만에 지방선거로 조기등판한 이 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생애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당장 당 내부에서 들끓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부족하다”는 우려와 “쇄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며 등판해놓고는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지적이다.

● 미미했던 ‘이재명 효과’


민주당이 이 위원장을 인천 계양을에 전략공천한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바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3·9대선에서 역대 최소 표차인 0.73%포인트 차로 패배한 대선 주자를 2000년대 들어 줄곧 민주당이 석권했던 ‘텃밭’ 지역에 공천함으로써 그를 ‘전국구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 이 위원장은 지난달 8일 보궐선거 출사표를 내면서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이 위원장의 득표율은 56.69%(2일 0시 30분 현재)로 지난 총선 당시 송영길 후보의 득표율(58.67%)보다 1.98%포인트 낮다. 이 위원장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무명인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이다가 결국 막판에는 전국 유세 대신 인천 계양을에 ‘다걸기’(올인)했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인천 계양을에서 선대위 회의를 여는 등 이 위원장 지원에 나섰다.

이 위원장의 조기 등판이 오히려 당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선거 막바지 이 위원장이 던진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전국적 논란이 되면서 전국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괄선대위원장이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데, 이번엔 반대로 당이 희생한 선거였다”고 비판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죽고 이재명만 살았다”고 했다. 경기 화성을을 지역구로 둔 3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적었다.

● 당권 노리는 李, ‘책임론’ 대응이 과제


당장 선거 직후부터 당 안팎에선 ‘이재명 책임론’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SBS 방송에서 “이 위원장의 출마가 이번 민주당 지방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은 “민주당이 이 위원장에게 대선과 지방선거, 총 두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결국엔 패배하고 만 꼴”이라며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합쳐서 책임론을 제기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에 맞서 친이(친이재명)계도 벌써부터 이 위원장 엄호에 나선 모습이다. 한 의원은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로서는 치르기 쉽지 않은 선거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야권 인사는 이 위원장을 향한 당 내 책임론에 대해 “미래가 아닌 과거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당장 이 위원장의 첫 시험대는 차기 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이 위원장에 맞서 당내 친문 그룹 좌장인 전해철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김근태계’로 꼽히는 이인영 의원 등이 출마 결심을 굳혔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 선출할 당대표는 2년 뒤 치러질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당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친이 대 친문’ 구도로 진행될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이 위원장의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까지 좌우될 수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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