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복귀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6·1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헌정사상 첫 4선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오 후보는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앞섰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정계에 입문한 오 후보는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득표율 두 자릿수 앞서며 꾸준한 우위
오 후보는 2일 오전 1시 30분 기준으로 56.7%를 얻어 41.7%를 얻은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오 후보는 개표가 진행 중인 서울 25개 구 중에서 관악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송 후보에게 앞서 나갔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유 있게 앞섰던 오 후보는 이날 개표 내내 송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제쳤다. 특히 구로구, 강서구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오 후보는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 후보의 선전은 국민의힘이 서울시 25개 구청장과 110석 시의회 선거의 약진하는 배경이 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구청장 25개 중 24개, 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싹쓸이했지만 2일 오전 1시 30분 현재 국민의힘은 전체 구청장 과반인 13곳에서 앞서고 있다. 오 후보가 “구청장·시의원·구의원 모두 3분의 2 이상 당선시켜 서울시가 변화할 수 있게 힘을 모아 달라”고 읍소하면서 구청장·시의원 선거에서의 의석 회복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2024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4선’ 고지 밟고 차기 대선주자 굳히기
오 후보는 이번 승리로 수도 서울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 네 번 출마해 네 번 모두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다만 2011년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자진사퇴하면서 “보수진영 궤멸을 불렀다”는 비난을 짊어졌지만 지난해 10년 만에 시장직에 복귀하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한 데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서울 전문가”란 호칭을 다시금 입증한 것.
특히 이번 임기에는 새로 재편된 구청장단과 시의회를 발판 삼아 ‘오세훈표’ 정책 추진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속통합기획’과 ‘상생주택’ 등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TBS(교통방송) 재편, 청년 맞춤형 정책 ‘서울 영테크’ 등 역점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가 지난해 당선 이후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제시한 청사진 ‘서울비전 2030’도 한층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권에서는 “아직 당내에 선명한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오 후보가 명실상부한 거물로 떠올랐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6년 시장직에 처음 취임한 직후부터 ‘보수진영 대권 잠룡’으로 불려왔지만 이번 당선으로 비로소 ‘확실한 차세대 주역’의 자리를 굳혔다는 것. 오 후보의 당선에 따라 서초구청장 출신인 조은희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들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김병민 윤희석 전 대변인 등 측근 그룹도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후보는 아직 차기 대선 행보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27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서울시장) 5선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 임기 1년이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임기 4년은 실행력을 발휘할 시간”이라며 “우선 서울시장으로서의 성과부터 내야 하는 만큼 대권 도전은 그 다음 이야기”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