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 오세훈·홍준표 ‘날개’ 김동연 급부상…이재명 ‘험로’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2일 07시 02분


6·1 지방선거·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여야 잠룡들에게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안정론과 견제론의 맞대결이었던만큼, 대권 주자들도 이에 직결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으로 보인다. 여당 주자들은 여유로운 승리를 거뒀고, 야당 주자들은 고전을 거듭하다가 신승하거나 낙선했다. 특히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김은혜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뒤처져 접전을 이어가다가 97% 개표 지점에서 뒤집어 역전승했다.

지방선거로 당선된 주자들의 임기는 차기 대선 직전인 2026년까지다. 4년 간 여론 주목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광역단체장은 각광받는 자리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하방(下放)’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하방은 ‘중앙 복귀’를 전제로 하는 용어다.

다만 당권 확보를 현실적 목표로 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분당갑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與 잠룡, TK·서울·분당서 낙승…대권 각축전 예상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와 안철수 경기 성남분당갑 국회의원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잠룡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모두 야당과 다소 표차를 벌리면서 당선됐다. 이변 가능성이 적었던 낙승이었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보다는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와 보조를 맞춰 지역발전 성과를 내는 한편, 상황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펼침으로써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경쟁했던 인물이다.

‘하방’을 선택한 홍준표 후보는 우선 성공적 대구 시정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홍 후보는 지난 6일 ‘대구 3대 구상’을 발표했는데, 신공항 및 산단 조성을 통한 경제 성장이 골자다.

홍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도 ‘최대 성과’ 질문에 “경남지사 때 ‘채무 제로’ 흑자도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맥락에서 정부여당의 ‘예산폭탄 지역발전론’과 다소 각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홍 후보는 이날 당선이 확실시되자 “윤 대통령이 홍준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과거 대구시장 입지와 전혀 다른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의 향후 과제는 성공적인 대구 시정과 함께 ‘당내 입지 다지기’다. 홍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청년층이 지지를 보내는 흐름을 타면서 윤 대통령에게 일반 여론조사를 이겼으나 당원투표에서 졌다.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에 특장점을 갖춘 특유의 지도자상을 구축해갈 것으로 보인다. 의사이자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안 후보는 대선에서 ‘과학기술 중심국가’를 주창했었고, 국회에 입성하면 외교통일위원회에 들어가 미중간 과학기술 패권 전쟁을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안 후보 역시 당내 기반 조성이 우선이다. 안 후보는 홍 후보와 달리 원내에서 곧바로 당권에 도전할 수 있지만, 아직 지지기반이 미약하고 이준석 대표를 위시한 바른미래당계와 화학적 결합이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대표는 이날 안 후보의 향후 당내 역할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선대위원장 자리 제안이 있었는데 안 후보께서 사실상 거절하셨다“며 ”그렇기 때문에 (향후) 당직을 주도적으로 맡으실지는 약간 의문“이라고 했다.

오세훈 후보는 초유의 ‘4선 서울시장’ 고지에 올랐다. ‘서울 전문가’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객관성을 띠는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오 후보는 ‘5선 도전도 생각한다’고 했지만, 오는 4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대권에 도전하는 수순이 유력하다.

오 후보는 선거 국면에서 ‘약자와의 동행 특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복지행정에 포부를 드러냈다. 선거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서울시를 따라와서 복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서 이끌겠다“고 밝혔다. 관훈토론에서는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복지에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野 잠룡, ‘허니문 선거’ 고전…정권 견제론 합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총괄선대위원장)와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대권주자로 거론돼왔다. 이 가운데 이 후보와 김 후보만 치열한 싸움 끝에 살아 돌아왔고, 송 후보는 낙선했다.

대선에서 불과 3개월 뒤인 ‘허니문 기간’이었던 탓에, 야당 입장에서는 불리한 구도에서 치른 선거였다. 막판 여론조사에서 야당은 수도권 정당 지지율에서 15%포인트 가까이 여당에 밀렸다. 직전 대통령후보였던 이재명·김동연 후보와 당대표였던 송영길 후보는 책임론을 안고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후보는 윤형선 후보를 꺾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다만 대통령후보였던 이 후보로서는 무명의 윤 후보를 약 10%포인트 차이로 이긴 것이 흡족한 상황은 아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선거구 외에도 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전체 성적표에도 일정 책임이 있다. 중앙·지방권력이 넘어간 상황에서 이 후보는 의회에서 ‘정권 견제론’의 구심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직접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선거 국면에서 당내 여러 이견이 노정되면서 안정적인 당체제 구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할 경우 선출에는 이변이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에게 출구조사 발표부터 97% 개표 지점까지 뒤지다가 막판에 역전을 이뤘다. 민주당은 당초 호남 세 곳과 제주 확보에 그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 김 후보가 2일 새벽 경기에서 이기면서 ‘최후 방어선’을 사수했다. 김은혜 후보가 소위 ‘윤핵관’ 출신이었던 만큼, ‘정권 견제론’의 상징성도 어느 정도 있다.

순수 관료 출신인 김 후보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독자출마했다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민주당에 들어와 당내 기반이 얕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험지에 출마해 유일하게 생환한 광역단체장이자 경기도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향후 당내 대권 가도에서 상당한 입지에 올라설 전망이다.

김 후보는 당권을 잡을 공산이 큰 이재명 후보와 달리 ‘중도 확장성’을 갖춘 인사로 평가받는 측면도 있다. 경제부총리 출신이라는 압도적 경쟁력을 살려 도정에서 성공을 거두고 당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중도층을 대변하며 외연을 넓히면 대권주자의 존재감을 지킬 수 있다.

송영길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선 당시 당대표였던 송 후보는 일각의 반대에도 ‘중량감 있는 후보론’을 내세워 출마했으나 낙선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송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586 용퇴론’을 내며 차기 총선에도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 당선을 제외하면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기 때문에, 한동안 대권 각축전보다는 2연패에 빠진 당을 수습하고 정권 견제에 합심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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