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계속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의 북핵 수석대표들이 이번 주 한자리에 모인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3일 서울에서 한미·한일 및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잇달아 진행한다. 우리 외교부는 “3국 북핵 수석대표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의에선 무엇보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관련 평가와 정보 공유, 그리고 앞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이 불발된 데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 등 연이은 무력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주도로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됐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가 유엔 무대로 번지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미온적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게 외교가의 중평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시 대북제재 강화를 지지할지’에 대해 “제재 일변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 실시에 중국이 ‘그린 라이트’를 켜준 것과 마찬가지란 분석을 내놓는다.
이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이번 협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거나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등의 해결 방안을 비롯해 북한의 핵실험 단행 후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이 다시 불발될 경우에 대한 ‘플랜B’(대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를 서로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미국 주도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단체·개인 제재) 발동 여부도 다룰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가시적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미 수없이 검토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일방이 일방을 쉽게 누를 수는 없는 구조다. 또 세컨더리 보이콧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해 미국도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선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좀 더 낼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듯 하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는 데서 우리 정부가 조심스러운 입장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수준에서 얘기가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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