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참패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본격 불붙기 시작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3·9대선 패배 당사자가 두 달 만에 무리하게 재등판해 당의 2연패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며 계파 간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당내에선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다”(홍영표)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이낙연) 등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다 보니 당이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우후죽순 쏟아진 ‘이재명 책임론’
‘이재명 책임론’은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진 2일 새벽부터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이 의원 이름을 언급하며 “본인의 정치 고향인 분당갑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짐에도 이른바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을을 선택했다”며 “(그에게) 열린 선택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도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도 했다. 수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배신자를 지칭하는 은어다. 이 글에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좋아요’를 눌렀다.
비상대책위원이었던 조응천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오히려 비대위 전체가 다 모여서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지원 유세를 하는 그런 형국까지 몰렸지 않나”라며 “참 모양이 안 좋게 됐다. 어쨌든 상처뿐인 영광이다”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낙연 전 대표도 책임 공방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맞서 이재명 의원 측은 경기도지사 선거의 막판 대역전극을 내세워 불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이 의원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 문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죠”라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하셨다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기는 기회였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당권 도전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전당대회 앞두고 신경전 가열
이날 당 비대위가 선거 책임을 지고 총사퇴함에 따라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공방은 당장 당권 싸움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이재명계뿐 아니라 친문재인, 586그룹 등 주요 계파 간 치열한 신경전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포문은 친문 그룹에서 쏘아 올렸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국회로 돌아온 전해철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썼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친문인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하고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패배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조속히 의원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의 민주당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민주당은 3일 오후 원내외 주요 인사가 참여하는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차기 지도부 구성 등 선거 참패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