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개 구에서 모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지만,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8개 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서울시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찍은 이른바 ‘교차투표’가 꽤 있었다는 의미다. 이름도 보지 않고 특정 정당 후보를 줄줄이 찍는 ‘줄투표’ 관행이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260만8277표(59.05%)를 얻어 173만3183표(39.23%)를 얻은 송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특히 오 시장은 25개 구별 득표율에서 모두 송 후보를 앞선 것은 물론 426개 동 각각에서 모두 송 후보의 득표보다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결과가 구청장 선거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면 국민의힘이 구청장 25명을 모두 석권했어야 하지만 실제 국민의힘은 17개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8곳에서는 민주당이 구청장을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101명의 서울시의회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70명을 가져가 압승을 거뒀으나 민주당도 31명을 당선시키며 몰패는 피했다.
통상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회 의원까지 선호하는 정당에 따라 ‘줄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2018년 지선에서도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과 함께 24명의 민주당 구청장이 탄생했다. 국민의힘은 서초구청장만 간신히 지켜냈다.
이번 선거에서 송 후보의 득표수는 173만3183표로 민주당 구청장 후보들이 얻은 총 득표수인 203만8101표보다 30만표 가량 적었다. 적어도 30만명의 유권자가 송 후보를 찍지 않으면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를 찍었다는 의미다. 송 후보를 찍고 국민의힘 구청장을 찍는 반대의 교차투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성동구에서 이런 경향이 강했는데, 오 시장은 성동구에서 8만4320표(60.90%)를 얻어 5만1996표(37.55%)에 그친 송 후보를 크게 앞섰지만 정작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현역 구청장인 정원오 후보가 7만9786표를 얻어 강맹훈 국민의힘 후보(5만8708표)를 여유 있게 앞서 승리했다.
경기도에서도 전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 31곳 중 3분의1에 가까운 9곳에서 교차투표가 직접적으로 목격됐다. 김동연·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의 시군구별 득표율과 기초단체장 승패를 비교하면, 고양·군포·남양주·안산·오산·의왕·의정부 등 7곳에서 김동연 당선인의 득표율이 1위였지만 기초단체장 선거 1위는 국민의힘 후보들이었다. 반대로 평택과 안성은 김은혜 후보가 경기지사 득표율이 높았지만 기초단체장은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이는 과거의 줄투표에서 벗어나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현직 기초단체장들이 우위를 점하는 ‘현직 프리미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민주당의 경우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상과 김포공항 이전 논란 등 선거 과정에서의 혼선이 유권자들을 등 돌리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선 전략을 맡았던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전날(2일) 페이스북에서 Δ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기본전략 구도 Δ선거 막판 당을 흔든 정책 혼선 등을 패인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줄줄이 투표를 거부한 서울·경기의 골라 찍기는 무섭고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시장을 찍고 줄투표를 할 줄 알았더니 서울시장은 (송 후보를) 안 찍고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찾아 찍는 일들이 벌어졌다”며 “전체 구도를 책임져야 하는 중앙당이나 선거 지휘부가 후보 선택이라든지 구도를 확정하고 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 실패한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