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이자 현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박찬호(56·사법연수원 26기) 광주지검장이 7일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박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올리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 고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한 끝에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검사로 임용된 후 외부 기관 파견이나 유학도 없이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오로지 검찰 내에서만 일하며 버텼다”며 “검사로서 스스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지검장은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국회 강행 처리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박 지검장은 “최근에 우리 사회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법치가 무너져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우리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다”며 “검찰 내부의 동료 간 믿음과 화합마저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급기야 ‘검수완박’ 상황에 이르러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사적 영역, 사법 영역 등 비정치적인 영역에는 정치적 진영논리를 근거로 시시비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보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소통과 단결을 강화하고 검찰이 스스로 중단없는 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보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밖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찰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본분을 수행하도록 항상 응원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 중 한 명이다. 1997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2017년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부임해 선거·노동 범죄를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2019년에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기용되며 참모로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당시 박 지검장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이후 그는 이 수사 지휘로 여권의 반발을 샀고 이어진 인사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됐다. 이후 2021년 6월 광주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박 지검장은 고검장 승진 후보,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등으로 물망에 오르내렸다. 일각에서는 박 지검장이 조만간 검찰 밖 핵심 보직을 맡지 않겠냐는 관측이 오간다. 윤 대통령이 각 부처 요직에 잇따라 검찰 출신 측근을 기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지검장도 사직 인사에서 “검사로서 받은 은혜가 너무 커 그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앞으로 공직을 맡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제 사직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거나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밖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찰을 항상 응원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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