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을 둘러싼 대치 국면을 이어가면서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국세청장이 임명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각종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계속 지연되고 있어 “국회가 검증 업무는 뒷전으로 미루고 정쟁만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법사위원장 평행선’에 공전 장기화
여야는 6·1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만인 8일 오전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열고 원 구성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논의의 진전이 없어 협상 타결은 불투명 한 상태. 오히려 여야 원내대표는 7일 서로를 향한 공세만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국회의장을 포기하라”며 “더불어민주당이 협조를 한다면 원 구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한 대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반복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 전에 국회의장부터 선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을 하루 빨리 선출해 국회를 정상화하면 후반기 원구성 협상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국회의장만큼은 정략적 접근을 떠나 신속히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 선출을 우선하는 건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법사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소집 권한을 국회의장이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해 법사위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회 공백 사태는 합의를 파기한 민주당 때문”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 스스로 검증 기회 걷어찬 국회
여야 대치의 불똥은 국무위원 인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보자는 박 후보자와 김승희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등 4명이다. 여기에 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 발표로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고위공직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김창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4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여야는 청문회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태.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예정이지만 열흘 이내에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결국 임명 강행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김창기 후보자는 2003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첫 ‘청문회 패싱’ 국세청장이 된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 전까지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겠다며 화살을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계속 국회법을 어기면서 국회의장 선출을 거부한다면 명백한 결격사유 후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원 구성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 인사청문회도 내실 있게 치를 수 있는 것”이라며 “몽니를 부리는 건 민주당”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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