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대표 주자인 4선 우상호 의원(60·서울 서대문갑·사진)을 추대했다. 6·1지방선거 참패 이후 친명(친이재명) 대 친문(친문재인) 진영 간 신경전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비교적 계파 색이 옅은 중진 비대위원장을 선임해 위기를 수습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3·9대선 과정부터 당 안팎에서 ‘86 퇴진론’이 이어져 온 데다 우 의원이 대선 때 이재명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내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우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선수(選數)별로 추천을 받은 비대위원에는 한정애(3선), 박재호(재선), 이용우(초선) 의원이 선임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으로 비대위 구성 공식 인준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우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패배로 많이 힘들어하는 당을 수습하는 일이 첫째 과제고, 8월 전당대회를 잘 준비해 새로운 지도부가 잘 선출되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지금 나오는 다양한 견해, 갈등 요소를 조만간 수습해 당이 한목소리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2016년 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올해 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했지만 김진표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86그룹으로 분류되는 그는 현재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친문, 친명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우 의원 추대에 대해 친명 진영 핵심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심이 있는 분이 아니고 4선 중 경륜이 가장 많고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고 했고 친문 진영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장 전당대회 시점과 경선 룰을 두고 두 진영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우상호 비대위’가 강한 추진력을 갖고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우 의원은 이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친문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공천 과정 자체까지 조사하는 건 너무 나간 것 같다”고 했다.
8월 전당대회 시점과 룰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당내에선 ‘내년 2월 연기론’과 ‘집단지도체제’ 제안도 나왔다. 친문 진영의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8월에 바로 전당대회를 열고 서로 간 세력 다툼을 해 어느 한 세력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맞느냐”며 내년 2월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이 나오더라도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반대쪽에서도 극렬한 저항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총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서) 게임을 앞두고 룰을 바꾸긴 어렵다는 의견과, 반대로 게임을 앞두고 오히려 역동성이 생긴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