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진석 의원이 서로를 향해 공개 난타전을 벌이며 연일 설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촉발된 두 사람 간 언쟁이 6·1지방선거 공천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확전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친 이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의 제기는 충남 공천에서 PPAT(기초자격 평가)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이야기였다”며 “그 사람을 안 넣어주면 충남지사 선거가 위험하다는 얘기였는데,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적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철퇴 사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이 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의원님들이 우리 방문단의 선물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걸 주셨다”며 철퇴 사진을 올렸다. 육모방망이는 포도청 포졸들이 도둑 등을 잡는 데 쓰던 방망이로, 정 의원이 2017년 대선 패배 후 “보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뽀개야 한다”고 하는 등 자주 썼던 용어다. 이 대표는 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철퇴 사진에 대해 “당연히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공천 압력 주장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라고 적었다. 그러자 이 대표도 YTN 인터뷰에서 “당내 정치에 있어 적당히 해야 한다. 선배 얘기 할 거면 앞으로 나이순으로 당 대표를 뽑자”고 즉각 맞섰다. 정 의원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직격한 것에 대해서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분인데, 어떻게 상황 파악을 잘못하고 지적했는지 저도 의아하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6박 7일간의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치고 9일 귀국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귀국하면 윤핵관의 ‘이준석 때리기’에 더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이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이달 말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면 당내 권력 투쟁이 분수령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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