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설전을 벌여온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충남 공주·부여·청양)이 9일 “가뭄이 극심해 지역 농가는 초상집 분위기고, 논바닥이 갈라진 지 오래”라며 “가뭄 현장에 가서 당 지도부 회의 한 번 열었으면 좋겠다”고 농가 상황 우려를 전했다. 갈등 자제를 촉구한 당내 일반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정 전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금강이 코앞에 있지만 공주보를 개방해 놓아서 끌어다 쓸 물이 없다.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전국 최대 규모 비닐하우스 농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환경부와 공주보 담수(湛水, 저수지나 댐에 물을 채움)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적었다.
정 전 부의장은 또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온 경제위기”라며 “화물연대 파업 관련 요구사항 중 가능한 것은 빨리 수용하되, 불법행위에는 엄정한 법의 잣대가 필요하다”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 상황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집에 창문이 흔들리는 것을 못 느끼냐’고 했지만, 지금 상황은 ‘창문이 깨질 지경’”이라며 “정부여당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부의장은 전날 오후 1시께 페이스북에서 “선배 정치인이 당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가”라며 “그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선배를 자처하시며 선제적으로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나. 먼저 때린 다음에 ‘대표가 왜 반응하냐’ 적반하장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며 “당대표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서 공천관리위원장 맡기고 공관위원 전원 구성권 드렸으면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는 다 한 것”이라고 더 강하게 받아쳤다.
이에 당내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와 정 전 부의장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런 혁신 논의가 당내 최고 지도자 간의 감정 싸움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 부분은 좀 지양해야 되지 않겠나 두 분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갈등 봉합 필요성을 말했다.
정 전 부의장과 함께 당내 최다선인 5선 정우택 의원은 8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정당 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의견이 개진되고 수렴돼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좋은데 국민 눈살을 찌푸리는 정쟁으로 가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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