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검찰 출신을 더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적임자일 경우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또 작심한 듯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부풀려져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야당의 반발에도 추가 기용 가능성을 열어두며 인사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형국이다.
○ 尹 “법률가들 갈 만한 자리에만 배치” 반박
윤 대통령은 이날 “권영세(통일부 장관),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국가보훈처장)같이 벌써 검사를 그만둔 지 20년이 다 되고 국회의원 3선, 4선 하고 도지사까지 하신 분들을 검사 출신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어폐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 법률가들이 가야 하는 자리고,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 만한 자리에 대해서만 (검사 출신을) 배치했다”고 했다.
이는 여당 원내대표와도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출근 직전 라디오에서 “어제 통화에서 ‘더 이상 검사 출신을 쓸 자원이 있느냐’고 하니 (윤 대통령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까지 언급하며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지만 한 시간여 만에 무색해진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26년 동안 검사를 했으니 아마 아는 분들이 검사가 제일 많을 것”이라며 “초기에는 아무래도 자신이 (과거에) 함께 일하면서 검증된 분들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어떤 대통령이었어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여당 간 인사 편중 논란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저는 현재 상태를 말한 것이고, 대통령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인사 논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따져 과도한 정치 공세에는 대응하겠다는 기류다. 특히 내부에서는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부풀려져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검찰 출신 장관급 3명 외에도 법무부 장차관, 대통령실 공직기강·법률비서관 등은 원래 검찰 출신이 많이 기용되던 자리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관 출신인 강의구 부속실장과 윤재순 총무비서관을 두고도 “윤 대통령을 전부터 보좌한, 말 그대로 ‘실무 인력’을 그대로 데려온 것”이라며 “대통령 직접 대면 보고가 늘어 ‘문고리 권력’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라고 했다.
○ 野 “尹 오만과 독선 경악스러워”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강하게 반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윤 대통령에 대해 “오만과 아집”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실과 총리실,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까지 무려 13명의 측근 검사가 주요 요직에 임명되면서 윤석열 사단이 사정·인사·정보에 사회경제 분야까지 포진하게 됐다”며 “권력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의 기본원리가 무색해졌다”고 성토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에서도 우려하는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서 여전히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며 강변하는 오만과 독선이 경악스럽다”며 “검사의 수사 능력은 곧 국정 운영 능력이라는 인식은 해묵은 ‘검찰 무오류주의’의 연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검사 시절 능력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도로 보나 정말 검사만 한 공무원이 없다고 우리끼리 정신 승리했는데, 그 생각대로 집권해서 인사를 한다는 건 다른 얘기”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도배했지 않느냐”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편중 문제를 부각시킨 것에 대해서도 뭇매를 이어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전(前) 정부 인사도 도배했으니까 우리도 하겠다고 그럴 거면 왜 정권을 바꿨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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