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10일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을 갖고 당정 화합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약 1시간30분간 이어진 회동은 대통령 취임 한 달과 당 지도부 출범 1년을 축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용산 청사로 초대해 함께 식사한 것은 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6·1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당내 갈등을 의식하듯, 내홍을 다독이려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참석자 전원과 일일이 악수했다. 모두 발언에서도 “오랜만에 친정 식구들 만나는 것 같다. 잘 지내셨나”고 덕담을 건넸다.
특히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이 대표에게 “얼굴이 많이 타셨다. 선거 때 탄 게 아직 안 빠진 거구나”라며 지방선거를 이끈 노고를 에둘러 치하했다.
윤 대통령 양 옆에는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앉았고, 그 옆으로 한기호 사무총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자리했다. 맞은편에는 당 최고위원 1명과 대통령실 수석 1~2명씩 나눠서 배치됐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식사 자리에서도 이 대표와 지도부의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의 메뉴는 갈비찜, 미역국, 생선구이, 과일이 포함된 한식 도시락이었으며, 오찬 선물로는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힌 손목시계가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시계를 전달하며 “어제(6월9일) 천안함 용사분들한테 드리고 국민 대표 20명한테 드리고 그 다음에 (드린다). 영웅들을 먼저 드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박성민 의원이 다녀왔다고 전화 왔길래 ‘우리 대표님 모시고 가서 잠도 제대로 잘 곳이 있더냐’고 했더니 차를 20시간을 타고 그래서 차 안에서 자고…. 폴란드에서 육로로 들어갔다면서요”라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숙식할 만한 그런 게 좀 잘 안 돼 있었을 텐데”라고 걱정을 표하자, 이 대표는 “수도(키이우)는 괜찮고, 다른 데는 아직까지 좀… 저희 가는 날 (미사일이) 한 발 6㎞ 거리엔가 떨어져서 사이렌 울리고 대피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래 기차 타고 들어가는데 저희는 타깃이 될까봐 버스 타고 조용히 갔다. 기차를 공격한다고 해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아 기차도 있구나, 거기가 저도 가보진 않았지만 전쟁만 아니면 가볼만한 곳이라 들었는데, 오데사 이런 곳이 좋다면서요”라고 하자, 이 대표는 “가보세요, 괜찮아요”라며 “우리 기업들 미콜라이우라는 곳에 포스코 이런 데 들어가 있는 데 점령 당해 다 먹혔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청와대 개방,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당 최고위원들이 도어스테핑이 좋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이런 문화가 좋은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때부터 늘 기자분들하고 질의응답을 했고, 검사 공무원 출신이라 항상 법조기자들과 질의응답 해왔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익숙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식사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탁상표 패를 구경했다. 이 대표는 회동 후 페이스북에 “바이든 대통령이 선물로 대통령께 전달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실물을 보고 왔다. 지도자의 최종 결단은 고독하다”고 썼다.
또한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직접 여당 지도부에 안내하고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회동 말미에는 당 지도부와 개별 및 단체 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날 회동은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현안에 민감한 사안이나 특히 정치적 이야기가 나온 건 딱히 없었다”며 “아무래도 대통령 취임 한 달, 지도부 출범 1년 겹치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환담이 많았다. 대통령께서 당과 친밀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대통령께서) 오늘 이 만남이 당정이 시작하고 처음이니까 앞으로 지도부를 자주 모시겠다고 말씀하셨고, 계속해서 당에서 고생하셨던 분들하고 모임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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