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앞두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박)진-토니’ 관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일본 중국 외교수장과 연이어 회담한 박 장관은 지난달 방한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는 ‘막걸리 회동’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는 ‘중국어 환담’을 했다고 공개했다.
박 장관은 9일 각계 전문가 모임인 ‘더 플랫폼’ 강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균형 감각을 갖춘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블링컨 장관과)한미 간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서로를 ‘진’과 ‘토니’로 부르기로 했다면서 “‘진-토니’ 관계를 잘 가동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된 하야시 외상과 막걸리를 겸한 만찬 자리를 떠올리며 “불협화음 말고 제대로 된 화음을 한번 내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하야시 외상은 웃으며 선물로 갖고 온 하모니카를 꺼냈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 박 장관은 “조속한 시일 내 비자가 면제되면 과거처럼 한일 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왕 부장과 첫 화상 회담에서는 일부 불편한 이야기가 오간 사실도 밝혔다. 왕 부장이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플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호응하자 중국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박 장관은 “중국을 빼놓고 경제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에 정성을 들여서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가져가는 게 우리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왕 부장에게 중국어로 “2008년에 만난 적이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왕 부장이 “언론에 보니 당신(박 장관)이 친미파라던데 오늘 보니 지화파(知華派)다”라고 환담을 나눈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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