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를 했지만 이제는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정책들과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보수정당 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3·9대선과 6·1지방선거 과정에서 2030세대 지지율을 높이고 당원을 80만 명으로까지 늘리는 등 선거 연승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당무를 거부하고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와 충돌한 데 이어 최근까지도 정진석 의원 등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과의 설전을 이어가는 등 번번이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르면 이달 말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당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90분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작심발언’을 쏟아내며 ‘조기 사퇴론’을 일축하고 ‘이준석표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 친윤계 향해 90분간 ‘경고’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기 정치’라는 표현을 10번 넘게 썼다. 자신의 혁신위원회 구상과 우크라이나 출국 등을 놓고 정 의원이 ‘자기 정치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정면 대응 의지를 드러낸 것.
그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기는 과정에서 제 개인이 자기 정치 측면에서 입은 피해는 너무 심하다”며 “이제부터는 그런 것들을 따져 물을 것이고 적어도 당당하게 논쟁하고 옳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과학고를 나왔는데, 과학고 학생들이 과학 좋아해서 가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영어, 국어를 못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가 전시 지도자로서 역할을 부여받아서 한 거지 평시 역할을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다. 제가 흑화(黑化)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대선 때부터 쌓인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 후보 측과 갈등이 수습된 뒤 상황을 꺼내들며 “제가 당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선거에 매진하겠다고 했지만 2주가 다 지날 때까지 당사에 자리도 안 만들어줬다”며 “제가 누구한테 협박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이렇게 참은 당 대표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최근 온라인으로 설전을 빚은 정 의원도 재차 직격했다. ‘정 의원과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맙다는 소리는 못 들을망정 선거 끝나고 나니까 저를 공격하는 건 무슨 상황이냐”라고 했다.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은 이달 말 예정된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차기 총선 승리 위해 ‘공천 시스템화’ 강조
이 대표는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 과제로 공천시스템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몰락의 가장 큰 변곡점 중 하나가 2016년 총선 앞두고 펼쳐진 ‘진박’ 공천갈등”이라며 “공천을 시스템화하는 것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어차피 공천은 다음 당 대표가 할 텐데 왜 공천 룰을 정하려고 하느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자체가 굉장히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통한 공천 개혁을 통해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려는 것이라는 당내 비판에 대해서도 “뭐 눈에는 뭐밖에 안 보인다”고 일갈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날 선 발언에 대응을 자제했다. 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이 대표의 주장에 대응하면 당내 갈등에 대한 논란만 키울 것”이라며 “(이 대표의 친윤계를 겨냥한 발언은) 본인의 개혁 의지에 대한 저항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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