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회가) 시행령에 대해서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국회 패싱’을 막겠다며 정부 시행령을 통제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시행령 내용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에서는 법률을 더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그 시행령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방식으로 가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거고,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행정기관의 시행령·규칙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사례와 같이 정부가 시행령으로 국회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이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14일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야당의 국회법 개정 시도가 헌법상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헌법 107조 2항에 따르면 시행령·규칙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면서 “법을 만드는 기구(국회)가 법을 집행도 하고, 해석도 하려는 것은 우리의 헌법 체계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는 야당의 의도대로 국회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소야대 한계를 극복해 국정과제에서 성과를 내려면 ‘시행령 정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의석수(170석)를 감안할 때 법 개정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해서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일하게 해주자는 게 정권교체를 완성해 준 민심”이라며 “민주당이 시행령까지 발목잡기하려는 것은 대통령제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야 갈등 전선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회법 개정의 깃발을 든 조 의원은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국회 입법권 발목꺾기’라고 받아쳤다. 조 의원은 라디오에서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이 자꾸 모법을 위배하게 되면 국회의 입법 권한이 침해되는 것 아닌가”라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신현영 대변인은 당론 추진 가능성에 대해 “발의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부 주도의 예산 편성 과정에 국회의 개입 여지를 키우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맹성규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가재정법도 개정해 5년 단위로 모든 사업의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영기준예산제도’도 도입한다는 목표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폭거”라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주장만큼이나 반헌법적”이라며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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