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선과 지방선거를 마치고 장기전에 들어가는 진용을 구축하면서 ‘탈계파론’을 마주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당내 그룹이 주축이 돼서 ‘민들레(민심 들어볼레)’ 모임을 추진하다가 멈춰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국면을 주도했던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가 해체 요구에 직면했다.
여야 모두 당권·대권과 직결되는 조직적 세력화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들레’ 반대는 윤 대통령을 지원하는 그룹이 당내 주류가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행보이고, ‘처럼회’ 해체 역시 유력 당권주자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견제하는 것이다.
◆민들레, 이준석 “대의멸친할 때…대통령에 누 되는 기획”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긴 상황에서 ‘민들레’를 둘러싼 논란이 자칫 국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공부모임에 갑자기 ‘당정대 협력 기능’을 일부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제 평가는 ‘이건 그럼 사조직’”이라며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를 고정멤버 비슷하게 포함시키는 것처럼 묘사되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우려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12일 자신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셨던 많은 분들이 저를 포함해서 지금은 대의멸친(大義滅親)할 때다. 각자 본인들이 선의를 가지고 기획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대통령에 누가 되는 기획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 이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당 혁신위원회에도 사조직의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배현진 당 최고위원은 1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혁신위가 ‘공천권’을 직접 다룬다는 말이 추인 당시에는 없었다고 지적하며 ‘자기 정치를 위한 사조직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1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민들레’ 질문을 받고 “공부모임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임들도 가능하면 벽을 낮춰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고, 심지어 여야 구분 없이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좋겠다”고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냈다.
다만 국민의힘은 ‘윤핵관’의 중심에 있는 권 원내대표의 우려 표명과 장제원 의원의 불참 입장이 곧바로 나오면서 사안이 비교적 조기에 마무리됐다는 자평도 나온다.
이 대표는 12일 KBS ‘일요진단’에서 “장 의원의 결단은 존중받아야 된다. 그런 게 바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이라며 “‘윤핵관’이라는 덩어리를 자꾸 우리가 상정하면, 다 같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뛰셨던 분들인데 분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집권 초기에 괜한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이슈여서 장 의원이 신속하게 반응을 하고 권성동 의원이 초기에 입장을 잘 정리해서 수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처럼회, 非명 “계파 아니란 건가…엄히 자평해 해체 고민해야”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지방선거 패배로 분출된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비이재명계(비명계)’ 간 내분이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해체로 불똥이 튄 모양새다.
이상민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찌들어 있는 계파가 민평련, 민주주의4.0, 더좋은미래, 처럼회 등등이 여럿 있는데, 마치 공부 모임 하는 것처럼 둔갑을 했지만 실질은 계파 모임”이라며 “이건 해체 선언을 해야 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계파적으로 찌들어 있는 이재명계도 마찬가지고 끼리끼리 만나는 패거리 정치를 극복해 나가려면 이미 하고 있는 그런 것들을 해체하는 조치가 있어야 된다”며 “지금까지 적당히 봉합하고 계파끼리 적당히 이렇게 봉합하고 야합하고 해서 진행해왔다. 곪아왔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처럼회 청산 요구에 ‘계파 이익 누려온 분들이 웬 말이냐’고 답한 걸 보고, 새로운 계파니 유지하겠단 건지 계파가 아니란 건지 갸우뚱했다”며 “검찰·부동산 관련 대표 입법의 타당성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의 집단 성적 등까지 엄히 자평하고 자기 혁신과 자진 해체 중 진로를 고민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짚었다.
친명계에서는 계파 해체 주장에 대해 ‘남 탓 위한 알리바이’, ‘정파는 지향하고 권유한다’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팬덤이라 이름 붙인 일부 지지층의 태도와 성향에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 도피에 가깝다”며 “민주주의4.0, 민평련, 더미래, 처럼회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제대로 된 평가서를 내놓는 것이 책임정치”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정파의 입장에서 민생을 경쟁하고 개혁을 경쟁하는 건전한 정파가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처럼회 같은 진보 개혁적 정파가 더 생겨나길 바란다”며 “‘더 개혁해서’가 아니라 ‘덜 개혁해서’가 선거 패인이다. 처럼회는 해체가 아니라 더 확대·강화돼야 한다. 처럼회는 계파 보스가 없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모임은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필요에 의해 모인 것”이라며 “해체도 그들이 결정하는 거지 그 모임 이외의 사람이 해체해라, 말아라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저는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의 모임이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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