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의 8월 전당대회 출마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책임론’에서 출발한 세대교체론이 전당대회를 앞둔 세대 간 경쟁 구도로 확대되는 양상 속에서 정작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2주 가까이 전당대회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이재명 의원이 가장 유리하다”며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자신감 속 적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 97그룹 강병원 전대 출마 시사
1971년생 강병원 의원(재선)은 14일 KBS 라디오에서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역사적인 사명이 맡겨진다면 또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진지하게 여러 의원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 97그룹 주도론이 떠오른 이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은 강 의원은 처음이다. 강 의원은 “이 의원이나 친문(친문재인) 대표 주자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주자가 (당 쇄신을) 얘기한다면 ‘여전히 저 당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당’이라고 국민들께 비치지 않겠는가”며 친명과 친문, 86그룹을 동시에 겨냥했다.
97그룹이 주축이 된 민주당 재선 의원 그룹의 실력 행사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은 15일 공개 토론회를 열어 당 쇄신 방향과 3·9대선 및 6·1지방선거 평가를 주제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16일 별도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이 때 나온 의견을 종합해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1970년대생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세대교체 요구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며 “우상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역시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 동안 86그룹과 청년 정치인 사이에 끼어 애매한 포지셔닝이던 97그룹이 본격 집단 목소리를 내며 이번 기회에 당 핵심으로 올라서려는 것”이라고 했다.
● 전략적 침묵 택한 친명계
이 같은 움직임에 친명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6·1지방선거 이후 계파를 막론하고 이 의원을 향한 책임론이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이 의원은 물론이고 측근 그룹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야권 인사는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이 이원욱 의원과 ‘수박 논쟁’을 벌이긴 했지만 이재명계 차원에서 나온 대응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로키(low key)로 일관하기로 한 이 의원도 김 의원의 이 같은 언행에 대해 달가워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가 침묵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굳이 참전했다가는 잃을 게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친명계 의원은 “아직 이 의원의 당권도전과 관련해서는 전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전당대회에 출마한다 하더라도 이 의원의 등판을 원하는 당심과 민심이 크게 다를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비대위 고위 관계자는 “친명계 입장에서는 전당대회 룰을 어떻게 변경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이 의원이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진흙탕 싸움에 참전해서 스스로를 더럽힐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참전하는 순간 본격적인 책임론 역풍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깔려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비이재명계의 일방적인 공격 구도라 확전이 되지 않고 있지만 친명계가 대응사격에 나서는 순간 곧바로 전면전 양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친명계 내에서도 이 의원 대신 측근 의원이 전당대회에 대신 나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의원 대선캠프 출신 야권 관계자는 “친명계 내부적으로 이 의원의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캠프 출신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전당대회 출마 계획과 관련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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