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여야 원내 사령탑은 한 목소리로 경제 위기와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심각”, “특단의 대책”, “민생 우선” 등의 말만 늘어놨을 뿐 정작 위기 극복을 위한 입법부의 행동은 이날도 보이지 않았다.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 등 정치적 공방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물가 폭등, 주가 폭락, 북핵 위기 등 현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처는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여야 민생 외치지만 입법 논의는 중단
전날(14일) 여야는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면 경쟁적으로 당내 기구를 띄웠다. 국민의힘은 물가민생안전특별위원회를, 민주당은 민생경제우선실천단을 각각 출범시켰다. 문제는 각 당의 민생 관련 기구의 실효성은 없다는 점이다. 원내 제2당인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입법을 책임질 수 없고, 야당인 민주당은 정책 조정 및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 차원의 초당적 민생 경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야는 협력 또는 협치에 대서는 입을 닫고 있다.
위기 극복 논의의 첫 발을 떼기 위해 여야를 한 데 불러 모을 국회 수장도 공백 상태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국회의장단 선출도 전혀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각 상임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
이에 따라 고공행진 중인 유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인하하는 개정안,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사안인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안 등을 논의할 상임위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 해도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아 보고 및 논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 청문회도 하릴 없이 미뤄지고 있다.
● 당내 권력투쟁 속 책임 떠넘기기
국회 공전 속에 여야의 진짜 관심은 당내 투쟁에 쏠려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차기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진행 중이다. 당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공방 속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따른 최고위원 선임을 둘러싼 신경전도 지속되고 있다. 모두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둔 갈등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당수 의원들이 다음 총선 공천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선거에서 연패한 민주당은 보름 넘게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간 갈등에 매몰된 상태다. 여기에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론까지 얽히며 내부 권력 투쟁 전선은 더 복잡해졌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장 당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민생 현안을 진심으로 챙기는 의원이 몇이나 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여야는 국회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상대 당으로 떠넘기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념 논리에 빠진 각종 경제정책과 규제로 민간 활력은 저하됐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경제와 민생 고통에는 손놓고 있으면서 권력기관 장악에만 전광석화처럼 기민하게 밀어붙이는 정부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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