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논란]
피살 공무원 이씨 유족 안도의 눈물
“제 생일(17일)을 앞두고 돌아가신 아빠가 선물을 주신 것 같아요.”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19)은 16일 해경이 “월북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 권모 씨(43)에게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권 씨가 전했다.
아버지를 따라 공무원을 지망하는 아들은 이날 이른 아침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아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아버지의 오명을 벗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두 대통령에게 버림받는 것인데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윤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날 이 씨 유족들은 해경 발표를 들으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이 씨의 아내 권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의 과오를 현 정부가 밝혔다”며 “남편이 월북자라는 오명을 이제야 벗은 것 같아 가슴에 막혀 있던 것이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전화를 줘 ‘이 사건을 먼저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새 정부 들어서고 한 달 만에 발표가 나오니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자료가 추가로 공개되면 당시 잘못된 수사에 관련됐던 사람들이 꼭 책임을 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앞으로도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경 발표로 이 씨는 사망 약 1년 9개월 만에 실종자에서 사망자 신분이 됐다. 이 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유족들은 조만간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이 씨의 장례식 등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 및 유족 측을 대리한 김기윤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살인방조 혐의로,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윤성현 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현 남해해경청장)을 직무유기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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