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두 위원장이 물러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여당은 두 사람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일단 윤 대통령은 당사자들에게 공을 넘긴 것.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필수요원, 국무위원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앉아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주저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논의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전 위원장 임기는 내년 6월 말까지, 한 위원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로 모두 1년여가 남아 있다. 두 위원장은 1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고, 윤 대통령이 주재한 두 차례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두 사람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스스로 물러나라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여권에서는 정부 주요 인선이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방송 및 미디어 정책 수립의 핵심인 방통위원장 교체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방통위원장 인사가 막히면서 추가 인사와 정책 설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국민권익위원장은 각종 공익신고 등 비리 의혹에 대한 기초 조사 권한을 갖고 있어 요직으로 꼽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통치 철학과 국정 과제 수립 방향과 맞지 않는 두 사람의 존재가 정책 수립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들을 향해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다고 본다”며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법령상 임기가 정해진 장관급 위원장의 업무를 못 하게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당사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중인 것을 언급하며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검찰이 즉각 영장을 청구하고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두 위원장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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