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북한 고위 간부들이 ‘부부 동반’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모습이 매체들을 통해 공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7일자에서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책임일꾼들이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 주민들에게 가정에서 준비한 의약품을 보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조용원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과 리일환 선전담당 비서는 자택으로 보이는 곳에서 부인과 나란히 앉아 보관해온 상비약을 상자에 담고 있다.
조용원과 리일환처럼 김정은 당 총비서를 가까이서 수행하는 최고위급 간부들이 부부동반으로 매체에 등장한 건 드문 일이다.
사실 김 총비서 집권 전엔 북한의 최고지도자도 ‘부부 동반’을 당연시 여기지 않았다. 간혹 부인을 동반해 공식 석상에 등장해도 부인과 최고지도자가 나란히 서 ‘부부 모습’을 부각하는 일은 없었다. 이 때문에 김 총비서가 선대와 달리 리설주 여사와 부부 동반으로 현지 지도를 다니고 외교 무대에도 함께 등장하자 파격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북한 고위 간부들의 부부동반 행보는 지난 3월에도 포착됐다. 3·8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평양 미림승마구락부에서 열린 승마경기에 조용원과 리일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부인과 함께 참석한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부인들은 TV에 처음 등장해서인지 다소 어색한 모습으로 꽃다발을 들고 남편 뒷자리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신문 1면 사진에선 전보다 편안한 듯한 모습이다.
부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북한 매체가 연이어 공개한 것은 북한 사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김 총비서 부인 리 여사는 올 4월 열병식에서 김 총비서와 함께 입장해 사열을 받고 연회에서도 옆자리에 앉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혹은 북한이 외부로부터 ‘경직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미지 재고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고위 간부들의 부부 동반 등장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의날 행사나 가정 의약품 준비 외에 김 총비서 주최 연회나 공연 관람 등 공식 행사에도 나란히 참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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