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지금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에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응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3주째 공전 중인 국회를 우회적으로 성토하고 나선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추가적인 민생 대책에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러면 법안을 제출해야죠”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 국회가 아직 원(院) 구성이 안 됐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 가동이 됐으면 법 개정 사항들도 법안을 냈을 것“이라고 했다. 시급한 민생 입법 처리를 위해 국회가 정상화 되어야 한다는 촉구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전반기 국회 임기가 종료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등 후반기 원 구성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상임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이날도 국민의힘은 ‘법사위 사수’,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단 먼저 선출’이라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공백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국회가 민생 위기를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주당에 여야 마라톤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국회의장단을 단독 선출한다면 민심 이탈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마라톤 회담 제안에 “만시지탄”이라며 “여당 원내대표가 어떤 양보안을 갖고 계신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그냥 그렇게 시간 끌기로 무책임하게 나선다면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국회의장단을 단독으로 선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회의 공전 속에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5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2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 실업률을 3.1%로 수정했는데 이대로 확정된다면 연간 경제고통지수는 7.8로 2008년(7.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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