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이 29일(현지 시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3국 간 안보 협력 수준을 높여가기로 했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의 복원을 알린 것으로, 정상들은 새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약 20분 간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한미일 협력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중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각 협력은 우리의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그중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미, 미일 동맹의 억지력 강화를 포함한 한미일 공조 강화가 필수 불가결하다”라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의 만남은 북한 6차 핵실험 직후 3국 정상이 회동한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까지 나설 조짐을 보이자 한일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던 한미일 공동 대응 체제를 4년 9개월 만에 되살린 것이다.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고강도 경제제재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상회의에 앞서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쓰이는 북한의 ‘경화(hard currency)’를 빼앗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수출을 성장엔진으로 삼는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시장을 유럽으로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국제무대에서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이어 “유럽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7조 달러로서 중국과 비슷하다”며 대안 시장으로 유럽을 지목했다.
나토는 이날 향후 10년 간 추진할 새 전략개념 문서에 중국의 위협을 처음 포함시키면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했다.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나토는 이전 전략개념에서 “파트너”로 규정했던 러시아를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바꿨다.
마드리드=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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