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위’가 7월 7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일컬어지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유력한 당내 차기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연대 행보를 보이면서 집권 여당 내 권력 구도가 ‘합종연횡(合從連橫)’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윤핵관을 필두로 한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이 안 의원과 손잡고 ‘반(反)이준석 연대’를 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의총보다 참석자 많은 장제원 포럼
“지금 (의원총회) 참석 인원이 오전에 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강연보다 적다. (중략) 오늘 참석자 명단을 전부 작성해 의원들에게 발송해주길 바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월 27일 의원총회에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같은 날 장 의원이 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절반이 넘는 58명이 참석했지만 정작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는 40명 남짓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모습은 여당 의원들의 관심이 어디로 쏠렸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친윤 계파 형성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친윤 계파 형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 의원이 참석했던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의 출범이 연기되기도 했으나 장 의원이 미래혁신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하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며 민들레에 반대한 권 원내대표도 이날 포럼에서 “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안철수 의원의 참석이었다. 안 의원은 그동안 민들레와 새미래(혁신24 새로운 미래) 등 국민의힘 의원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래혁심포럼 역시 비회원 자격으로 참석했으나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하는 등 그간 행보와는 달리 적극성을 보였다. 포럼 직후 안 의원은 “필요하다면 가입할 테고, 앞으로 또 포럼에 여러 가지 주제가 나올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보고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가입을)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열린 태도를 취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행보를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친윤계와 합종연횡’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안 의원 입장에서는 친윤계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대표는 최근 당내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포럼 다음 날 수도권 당협위원장 모임 ‘이오회’에 참석했다. 이오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모임으로, 매달 25일 모이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이날 모임에는 오 시장 외에도 국민의힘 김기현·윤상현·송언석·박성중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 의원이 “여당 의원은 전부 친윤 의원”이라는 주장을 해온 만큼 종국에는 친윤 세력, 그중에서도 윤핵관과 협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윤핵관 중에서도 장 의원과 안 의원의 이해관계가 맞는다고 분석했다. 김대현 정치평론가는 “장 의원 본인이 직접 나설 경우 야당으로부터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당’이라는 프레임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이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장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 의원은 안 의원이 대선 완주를 포기한 데 대해 일종의 부채의식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의원과 장 의원의 행보가 유독 불편한 사람이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다. 정진석, 배현진 등 친윤계 의원과 갈등을 빚은 이 대표는 최근 장 의원과도 각을 세웠다. 장 의원이 “앞으로 1년이 얼마나 엄중한데 당이 뭐 하는 거냐.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고 이 대표를 비판하자 이 대표는 “디코이(decoy·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디코이는 배현진 의원을, 간장은 ‘안철수(간철수)+장제원’ 의원을 일컫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 역시 ‘간장 발언’이 두 사람을 겨냥한 것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그렇게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윤핵관인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싸움에서 이겼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표지만 장 의원과 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 의원은 정 국회부의장이나 권 원내대표처럼 직을 맡고 있지 않음에도 윤핵관 중 파워가 가장 강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며 초대 내각 구성에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여권 사정에 밝은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그를 두고 “장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핵심 실세로 윤핵관보다 훨씬 더 (세다)”라며 “윤핵관은 관계자지만 장 의원은 핵심, 윤핵”이라고 평가했다.
“윤심과 친윤은 별개”라지만…
안 의원이 장 의원과 손을 잡으면서 이 대표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안 대표는 앞서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이 대표가) 속이 타는 것 같다”고 장 의원을 지원 사격한 바 있다. 6월 29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 본인은 본인 나름대로 그때(2016년 총선) 패배에 대한 상처가 있다던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내가 다른 분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라고 말하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2016년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이 대표가 안 의원에게 패배한 사실을 비꼬아 상기케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심과 친윤은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친윤과 윤 대통령의 생각이 같으면 나라 큰일 난다”고 지적하며 자신을 향한 친윤계의 공격이 윤 대통령 뜻과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가 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은 지난달 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설’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 측이 회동이 있었다고 주장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식 부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6월 27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때 이 대표가 공항을 찾지 않는 등 냉기류는 이어지고 있다.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맡았던 친윤계 박성민 의원이 6월 30일 사의를 표명한 것도 악재다. 박 의원은 “일신상 이유로 사퇴한다”며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윤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를 앞둔 시점에 물러난 만큼, 윤 대통령의 이 대표 ‘손절’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 개인적으로도 친윤계와 이 대표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장제원 의원 사이 알력은 7월 7일 윤리위 심의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내에서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 비전 등에 대한 어젠다 없이 투쟁이 벌어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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