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출마를 불허했다. 권리당원으로 입당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아 출마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당 대표 출마 선언 사흘 만에 박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무산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 대(對) 이재명 의원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당대회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도 현행 단일집단체제를 유지하고 여론조사 비중은 확대하는 방향의 ‘경선 룰’을 확정했다. 전준위의 수정안을 두고선 사실상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힘 싣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 朴 “비대위 결정 따를 것”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예외를 인정할 사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규상 당직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 6개월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하는데 박 전 위원장은 2월 14일 입당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민주당 지도부와 이 의원은 무엇이 두렵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비대위의 결정은 당의 외연 확장과 2024년 총선 승리는 안중에 없는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거물’이어야, 6개월이 되지 않은 당원이 당직의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냐”고 되물으며 “이 의원께서 피선거권도 없는 제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공동비대위원장에 앉힌 그 조항이, 그 때는 공정이었지만, 지금은 불공정이라고 한다”고 이 의원과 비대위를 향해 동시에 날을 세웠다.
박 전 위원장은 당분간 이 의원과 ‘친명계’를 향해 각을 세우며 존재감 키우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대선 이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 의원이 달라졌다”며 “박완주 의원 제명 건이나 최강욱 의원 사건 등에 대해서 거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이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됐을 경우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에서 정치 보복을 하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비대위 회고록’ 작성 계획을 밝히기도 한 그는 페이스북에 “박지현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라며 “지금부터 민주당의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과 ‘민주당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 97그룹 “李 언제 출마할거냐” 압박
97그룹 강병원 의원도 이날 이 의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우리 정치가 ‘이재명 지키기’ 대 ‘이재명 죽이기’라는 늪에 갇혀 혁신과 통합이 사라지고 경제와 민생도 실종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의원의 해결책은 무엇이냐”고 따졌다. 박 전 위원장에 이어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
‘97그룹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강 의원은 “각각의 술들을 ‘소맥’(소주+맥주)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을 때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도 이날 “당 대표 비전과 조건이 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당 내에서 ‘어대명’ 프레임 깨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흐름은 ‘어대명 굳히기’로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전준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전당대회에서 현행 단일집단체제를 유지하고, 선거인단 비중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로 수정하기로 했다. 대의원 비중을 15%포인트 줄이고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그만큼 늘린 것으로, 그 동안 친명계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과 같은 방향의 수정안이다.
전준위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대상을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역선택 방지용이라지만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선거 패배 원인으로 거듭 반성해놓고는 결국 또 민주당 지지층만 바라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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