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같이 말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후보자 낙마 등과 관련해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물음에 문재인 정부 당시의 인사 논란을 상기시킨 뒤 말을 서둘러 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검증 가능한 의혹도 많았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하고는 집무실로 향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두 차례 낙마에 이어 전날 지명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8년 전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부실 검증’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를 둘러싼 각종 지적에 예민해진 모습이었다. 음주운전 경력으로 논란이 됐던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는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 하시라”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부총리가 지명된 지 40일 만에 임명장을 받았다.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위로하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사 논란에 대해선 “‘내각에 여성이 적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여성을 늘리려고 노력했고, 김 후보자에 대한 지적이 있을 때는 자진 사퇴를 하면서 국민의 뜻이 반영이 됐다”면서 “지적, 비판 잘 듣고 있다”고 진화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인사, 검찰 수사, 정책 등 국정 운영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질 때 문재인 정부를 거론하며 대응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는 점은 미래 비전인 데도 ‘반문(반문재인)’ 여론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제기됐던 6월 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운동권·시민단체 출신보다 법조인 출신의 공직 진출이 더 낫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표적·기획·보복 수사’라고 반발한 것에 대해선 “민주당 정부 때는 (전임 정부 수사) 안 했나”(6월 17일)라고 반문했다. 형사 사건 수사의 속성상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지만 “왜 우리는 하면 안 되느냐”처럼 들릴 우려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날 여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쓴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정권 초 여당 인사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이례적이다. 박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청년보좌역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때때로 돌발 발언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메시지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매일 새벽 온라인으로 그날의 스크랩 내용과 예상 현안에 관한 자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참모들의 제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본이 있으면서도 또 없는 드라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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