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徐-첩보책임자, 靑서 회의한 날, 대외비 문서 등 10~20건 삭제
徐 “필요한 부서만 보게 지침 적절 조치한것… 올가미 씌우기”
정부 소식통 “민감한 내용 포함” 월북판단에 불리한 정보 가능성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020년 9월에 발생한 서해 공무원(이대준 씨)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군 관련 기밀도 다수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밀 삭제를 지시한 ‘윗선’으로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거론되면서 군과 정보당국이 조직적으로 관련 정보의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 軍, 서 장관 지시로 삭제 정황 포착, 서 장관 “적절한 조치, 은폐는 말도 안 돼”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 피살과 관련된 군사기밀들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된 시점은 2020년 9월 23∼24일로 파악됐다.
이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9월 23일) 오전 1시경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첫 관계장관 회의 직후부터 24일 오전 해경과 군이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공식 발표하는 사이에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삭제된 기밀문서는 10∼20여 건으로 1·2급과 같은 대외비 등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국방정보본부 등을 상대로 관련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서 장관이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서 장관이 첫 관계장관 회의를 다녀온 후인 23일 삭제 관련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당시 (이 씨 피살사건 관련) 원본(기밀) 삭제를 지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은폐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기밀들이) 위중하고 불확실한 민감한 첩보 내용이어서 무관한 부서나 사람들에게 전파되면 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꼭 필요한 부서만 보게 하자는 지침을 줬던 것”이라며 “차라리 그런 조치를 안 하면 고발을 당하는 게 맞다. 적절한 조치를 한 장관에게 그런 올가미를 씌우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합참 관계자도 이날 취재진에게 “밈스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들이 직접적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며 “정보의 원본은 삭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단 삭제가 아니라 절차에 따른 조처라는 뜻이냐’란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필요에 따라 행해진 조치로 보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공무원 피격사건뿐만 아니라 북한 목선의 삼척항 무단 입항 등 군이 소홀한 대처로 질타를 받았던 다른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도 밈스에 탑재된 기밀정보가 삭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월북 판단에 불리한 내용 담겼나, 군 소식통 “매우 민감한 내용들”
밈스에서 삭제된 기밀 내용도 초미의 관심이다. 일각에선 삭제된 군 기밀에 당시 청와대와 정부가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불리한 내용이나 월북 추정과 배치되는 결정적 정황들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2020년 9월 23일 새벽 서 실장 등이 관계장관 회의에서 군과 정보당국이 수집한 관련 기밀과 첩보들을 토대로 논의를 거쳐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으로 판단하면서 이에 불리한 기밀정보와 첩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계장관 회의 다음 날인 2020년 9월 24일 군과 해경이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밈스에서 삭제된 군 기밀들에 워낙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을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시 군이 밈스에서 관련 기밀을 삭제한 것이 은폐를 위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밀이) 민감한 내용이니 유의하라는 의미로(삭제가 이뤄진 걸로)도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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